“사람은 언제든 더 성장할 수 있어”
“사람은 언제든 더 성장할 수 있어”
  • 승인 2021.05.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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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장
우리는 흔히 사람의 성장은 청소년이나 청년에게 해당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인간은 언제든지 더 성장할 기회가 있고 또한 더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인간은 끝없이 성장하는 존재다.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가슴속에 상처를 안고 매일 술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이혼 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직업은 없고 나라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으며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온전히 살아가기도 힘들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없는 그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의 그녀다. 그런 그녀 곁에 함께 해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즉, 둘은 불륜관계다. 그녀는 남자에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의지하고 있었다. 하루는 너무 술을 많이 마시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잠이 들어버렸다. 술에 찌들어 잠든 엄마의 모습이 익숙한 아들은 엄마를 깨우지 않고 맨발로 걸어서 학교에 가게 된다. 가방도 없고 맨발로 학교에 온 아이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리 집으로 전화를 해 봤지만 그녀와 통화는 되지 않았고 급기야는 그녀와 불륜관계에 있는 남자에게로 전화를 하게 된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당황하며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게 되었냐며 되묻는다. 선생님은 그녀가 혹시나 자신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여기로 전화를 하라면서 학교에 남자 친구의 전화번호를 남겨두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그녀의 집으로 왔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술에 취해서 침대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갓난아기는 울고 있고, TV는 켜져 있고, 여기저기 술병이 나뒹굴고 있다. 그야말로 집이 엉망진창이다. 남자가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해먹일 때쯤 잠에서 깨어난 여자가 미안함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잠시 말이 없던 남자가 작심한 듯 "철 좀 들어, X 같았던 어린 시절 두고 징징 대는 건 그만하고, 앞으로 나아가란 말이야" 화가 난 남자는 그녀를 떠났고 여자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남자가 떠난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술로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술병을 보며 깊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후 술병을 들고 싱크대로 가서 술병에 든 술을 모두 부어 버렸다. 또한 쟁여놓았던 모든 술을 끄집어내서 싱크대 안으로 모두 부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아이가 "엄마 뭐해?"라고 묻는다. 그때 그녀의 대답은 "어른이 되려고" 아이는 "이미 어른이잖아요"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자세를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사람은 언제든 더 성장할 수 있어"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렇게 그녀는 어른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다시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 장면이 참으로 인상 깊게 남아있다.
발달 심리학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성장은 평생을 두고 진행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이에서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되고 나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진행되는 과정이 발달이고 성장이다. 그래서 노화도 발달의 한 과정으로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님도 그중 한 분이시다. 필자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세부 전공과 지도교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었다. 한날은 A교수님이 나를 부르셨다. 이유인즉 교수님께서 지도교수가 되어주실 것이고 전공으로 발달을 전공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본인은 심리학을 공부할 때부터 노인에 관심이 많았고 '발달'이 나의 관심사와는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수님 저는 노인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발달은 저하고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의 말씀을 듣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래서 발달을 전공하라는 말씀입니다. 발달이 아동이나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발달의 대상으로 두고 연구를 하는 겁니다. 노인의 노화도 발달의 한 부분이랍니다." 그 순간이 바로 필자가 발달을 전공하게 된 순간이었고 나의 좁은 식견이 조금 더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평생 성장을 하는 존재다. 비록 어제의 나보다 신체적인 부분은 약해질지 모르나 우리의 정신은 조금씩 더 성장해 가야 한다. 어제보다 더 깊은 생각과 어제보다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진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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