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
  • 여인호
  • 승인 2021.05.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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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용기는 50이고, 두려움도 50입니다.”

“용두(가명)야. 용기가 50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집에서 엄마에게는 제 생각을 다 이야기 하는데, 학교에서 발표를 하려니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용기가 50입니다.”

“아, 그렇구나. 오늘 용두가 발표를 한 것도 큰 용기를 낸 것이구나. 4학년 3반 친구들, 용두가 용기를 내도록 격려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칩니다. 영호는 두 번 더 박수를 유도했습니다.

“용두야. 지금은 용기가 얼마나 되지?”

“80점은 되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박수 때문에 30이나 올랐구나. 앞으로는 자신 있게 발표를 해 보자.”

영호가 용두와 이야기를 마치고 칠판 앞으로 가는데 한 남학생이 큰소리로 말합니다.

“우리 용두에게 박수 두 번 더 치자.”

그러자 아이들이 다시 박수를 칩니다. 아이들은 용두의 용기지수를 100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진정한 용기입니다. 2021년 4월 22일 목요일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4학년 3반에서 영호와 함께 하는 배움 활동 시간의 일입니다.

영호는 2021년 4월 6일 화요일부터 6학년 대상으로 ‘용기’를 주제로 학생주도수업을 했습니다. 이날 수업은 영호가 2021학년도에 용기, 행복, 칭찬, 사랑을 주제로 18개 전 학반을 대상으로 4시간, 총 72시간 수업의 출발입니다. 수업을 하기 전에 해당 학년의 선생님들과 사전협의를 합니다. 아이들이 잘 하는 것, 힘들어 하는 것 등을 자세하게 파악을 합니다. 4학년의 용두가 발표를 하는 데 힘들어 한다는 것은 사전협의에서 파악하고, 수업에서 의도적으로 발표를 시킨 것입니다.

수업은 이응(ㅇ)과 기역(ㄱ)으로 시작하는 낱말에서 용기를 찾고, 두려움, 이불의 세 낱말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영호는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용기와 두려움은 항상 같이 존재하고 두 가지의 합이 100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아이들의 용기지수는 대부분 80 이상입니다. 어떤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네 곳의 학원에 가야해서 용기지수가 20이라고 대답을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무서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검은 구두를 신은 사람을 보면 꽁무니를 뺐다고 합니다. 영호는 대신초등학교 4학년 때 주산을 배웠습니다. 주산 급수시험을 치러 단체로 대신역에서 김천역까지 갔습니다. 김천중앙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다시 김천역에서 대신역까지 와여 하는 데 김천역 대합실에서 일행을 놓쳤습니다. 선생님이 단체로 기차표를 발매해서 영호는 다시 기차표를 끊어야 했습니다. 영호가 기차표를 살 때 입안에서만 맴도는 ‘대신’이라는 말을 하는 데는 용기와 두려움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교대부초의 아이들은 말을 조리 있게 잘 합니다. 하지만 학년에 한두 명은 발표를 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6학년 아이가 발표를 하는데 손이 쥔 학습지가 흔들릴 정도로 떨기도 합니다. 발표가 힘든 아이들을 보면, 초등학생인 영호가 김천역에서 기차표를 발매할 때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아침에 교문에서 아이맞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합니다. 날이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대답에 힘이 실리는 등의 변화가 있습니다.

용두는 수업소감에서 “수업 시간에 발표 많이 하고, 지금보다 더 용기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영호는 용두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용기와 두려움은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긍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두려움보다는 용기가 많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용기가 100일 필요는 없습니다. 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의 위험이 뒤따릅니다. 적당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신중한 언행으로 실수를 줄여줍니다. 여러분의 용기지수는 얼마인가요?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



김영호 <대구교육대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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