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언 작가, 인제대서 초대전
서상언 작가, 인제대서 초대전
  • 황인옥
  • 승인 2021.05.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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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야의 달항아리 현대적으로 변용
백두산·청와대 한 화면 담아 통일 염원
소금 붓고 말린 빅뱅 이전 ‘고요’까지…
시대 맞춰 다양한 주제 화폭에 담아내
전통수묵화부터 빅뱅까지…소재 변주의 ‘끝판왕’
서상언작-Space&chaos
서상언 작 ‘Space & chaos’

서상언 작가는 수묵 예술의 소재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전통수묵화가 궤도에 제대로 안착하게 되자 이내 궤도 이탈을 시도했다. 전통 수묵의 소재로부터 탈피하며 소재로부터의 자유를 외쳤다. 예상을 뛰어넘는 소재들을 다루며, 수묵의 현대적 미감 완성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파격적인 그의 행보는 소재의 변주와 함께 의식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개막한 인제대학교 백인제기념도서관 서상언 초대전에는 서상언 수묵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들이 모였다. 한국의 고대국가인 가야의 고미술품으로부터 시작해 삼국시대를 거쳐 21세기 한반도 통일로 넘어간 주제가 급기야 우주 탄생의 비밀인 빅뱅으로까지, 그야말로 확장일로에 있는 그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걸렸다. 전시제목 또한 ‘가야에서 빅뱅까지’다.

그의 첫 파격은 불두와 청화백자로 일컬어지는 고미술의 현대적 변용이었다. 고미술품을 작가의 미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해 21세기 현대인과 소통하고자 했다. 고령가야에서 출토된 달항아리를 자유분방함으로 표현하거나 신라불교미술의 정수인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머리만으로 표현, 신라인들의 불교 숭배정신을 기념했다.

두 번째 파격은 광복 70주년을 주제로 백두산과 한라산,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심장부이자 수뇌부인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를 하나의 화면에 그리며 조국통일의 염원을 표출한 것이다. “전통 수묵화가로서 대한민국의 염원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을 때 통일이라고 결론지었다. 21세기의 구성원인 나에게 통일을 작품으로 염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다.”

세 번째 파격은 그야말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빅뱅이었다. 수묵화의 소재로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빅뱅을 그는 과감하게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빅뱅을 수묵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과제다. 그는 우주 탄생의 시발점인 빅뱅을 운석으로 상징화하며, 기우를 불식시켰다. “‘운석’은 나에게 우주의 출발선이었다.”

‘빅뱅’과 ‘존재의 근원’은 작가가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공부하면서 “그들의 엄청난 기운과 마주하면서” 표출된 주제다. 현대미술에 대한 공부가 깊어지자 오히려 예술적 영감이 제로상태에 놓여지면서 새롭게 터져 나온 주제다. “마음을 집중하자 어느 순간 우주의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을 운석으로 표현했다.”

네 번째 파격은 빅뱅 이전의 세계를 수묵추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운석이나 블랙홀에서 시작된 구상과 추상의 경계 허물기가 네 번째 파격에서 더욱 깊어지고, 존재의 본질로 들어간 것. 작품 ‘심해’는 빅뱅 이전의 고요에 해당됐다. ‘심해’는 소금 한 말을 한지에 붓고, 그 위에 물을 부은 후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완성한 작품이다. 빅뱅 이전의 고요한 심연이자 완전한 추상이다.

전통수묵화로부터 시작해 고대의 미술품으로 소재가 확장되고 마침내 빅뱅과 존재의 근원에 안착한 서상언. 그는 지금까지 수묵화로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성, 매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확장성에 몸을 내맡겨왔다. 이 과정에서 구상에서 추상으로, 수묵화에서 서양회화와의 만남 등 주제나 소재 못지않게 표현기법의 변화도 거침없이 시도했다.

특히 한지에 먹으로 일필휘지로 글씨 쓰거나 사군자를 치는 동양화 기법에서 탈피해 물감을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는 서양회화의 반복적인 덧칠 작업을 과감하게 수용했다.

“진경산수는 겸재 정선에서, 매난국죽 사군자는 조선시대에 끝났다“며 ”대나무나 소나무를 크게나 작게 또는 여백을 많거나 적게 그린다고 뭐가 달라지냐”며 “이제는 현대 수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비춰보면 그는 진보적 성향의 소유자다. 정체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계속해서 진화하기를 희망하는 태도가 수묵화가에서 유난히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예술도 시대의 미적 감수성과 함께 가야 한다. 나의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시대와 함께 가는 것이다.” 전통수묵은 종말을 고하고 현대수묵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변하는 서상언 인제대학교 백인제기념도서관 전시는 6월 11일까지. 010-8594-6582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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