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바스키아의 마지막 어시스턴트 ‘릭 프롤’ 첫 개인전
리안갤러리, 바스키아의 마지막 어시스턴트 ‘릭 프롤’ 첫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1.05.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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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약탈이 일상이던 1980년대
어두운 색채·유머러스함 특징
고통스런 생활 담은 회화 14점
릭프롤작-Simple Art
릭 프롤 작 ‘Simple Art’

도심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 폐허처럼 방치되어 을씨년스럽고,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기괴하다. 빌딩은 불에 타 무너져 내리고, 칼에 찔려 상처입은 사람들은 도심의 어두운 골목을 서성인다. 가난과 마약과 약탈이 도심을 휘감고 있던 1980년대 미국 뉴욕의 풍경을 펑크적 감성으로 담아낸 릭 프롤(RICK PROL)의 작품 세계다. 릭 프롤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그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리안갤러리 전시 제목이 ‘Cracked Window’(깨진 창문)전이고, 프롤의 작품을 ‘기이한 회화’라 일컫는다. 어느 하나 정상의 범주로 들어올 수 없는 암울함이자 기괴함이다. 이 정서가 릭 프롤 회화의 핵심이다. 한국 최초이자 리안 첫 전시에는 당대 뉴욕 도시의 어두운 생활상을 조명한 1980년대 회화 작품 14점을 모았다.

강렬하면서도 어두운 색채, 기괴하면서도 유머스러운 표현이라는 상반된 태도는 실직과 범죄로 가득했던 1980년대 뉴욕에서 살았던 작가들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미술을 추구했던 그들의 평범하지 않았던 환경에 대한 표출이다.

프롤 역시 미국의 히피, 펑크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 이스트 빌리지 미술계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당대 작가들의 정서를 공유했다. 80년대는 이스트 빌리지 미술계가 막 부상하던 시기였고, 장-미셜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이 주도적인 작가로 활동했다.

프롤은 바스키아의 오랜 친구이자 마지막 어시스턴트로 활동하며, 그와 영감을 주고 받으며 독창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갔다. 그는 도시 생활의 고통을 만화같이 표현하며, 뉴욕 변방인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려 했다. 흔들거리는 인물과 깨진 유리병은 도시의 위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이는 80년대 펑크적 감성의 진수에 해당된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깡마르지만 강한 에너지를 내뿜은 인물은 작가의 내면 상태를 반영한다. 그는 맨해튼의 웨스트사이트 하이웨이의 노쇠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쥐가 들끊는 번잡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난동을 어둡지만 활기차게 묘사했다.

포롤의 회화에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고통에 대한 이미지는 아르 브뤼(Art Brut) 특유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작품의 소재는 미술사를 참고하며 자신의 삶과 꿈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전시 작품 ‘Bandage’에는 목이 잘린 채 손에 붕대를 감은 인물과 그 주변으로 깨진 병이 등장하는데, 이는 80년대 초반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분노, 폭력, 고통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리안 갤러리측은 “작품 속 주인공은 프롤의 자화상이지만, 그가 무엇에 대항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전시작 ‘Es Nade(Mort Subite)’나 ‘Que Hora’에서도 위험한 도시 환경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작품에 당시의 장면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상징성을 드러내고자 한 결과다.

리안 갤러리측은 “프롤은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애매모호함과 잠재적인 수수께끼를 남겨두어 보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며 해석의 여지가 넓은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릭 프롤은 1958년 미국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스트 빌리지 미술계가 전성기였던 1982년에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해 이듬해 뉴욕 피에조 일렉트릭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뉴욕 뉴 뮤지엄 그룹전 ‘이스트 빌리지 뉴욕’과 허드슨 밸리 현대미술 센터의 대규모 그룹전 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시선을 단숨에 강탈하는 강렬한 그의 작품은 6월 26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만날 수 있다. 053-424-220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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