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문명
[신간]문명
  • 석지윤
  • 승인 2021.05.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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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인류 문명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 내세워
새 시각으로 세상의 몰락 그려
‘인간 중심주의’ 재치있게 묘사
문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336쪽

책은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전염병으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 이 소설이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2019년에만 해도 흔히 사용되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에 불과했겠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설정이다.

책은 인류 문명이 벼랑 끝에 다다른 세상을 무대로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모험을 펼치는 내용이다. 고양이들의 일차 목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쥐 떼의 공격을 물리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돼지, 소, 개,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은 고양이의 아군이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과연 바스테트는 서로 다른 동물종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전작들의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장점도 단점도 확실한 그녀. 문명을 세우겠다는 당찬 바스테트의 도전을 함께 지켜보자.

책은 독립적으로 읽어도 지장이 없는 작품이지만 본래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고양이’와 문명을 아우르는 이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예정돼 있다.

저자는 개미나 고양이 같은 동물, 신이나 천사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그려 왔다. 인간은 조연에 불과하고 주연은 모두 동물이 차지한 이 3부작에서 작가는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우선 고양이 피타고라스, 쥐 티무르 등 이 작품의 주요 등장동물 다수가 케이지에 갇혀 있던 실험동물이다. 또 돼지들이 벌이는 ‘인간 재판’에서는 인간의 미식이나 여흥을 위해 고통받는 동물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선다. 작가는 동물들의 입을 통해 단순히 동물권 보호의 차원을 넘어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의 팬이라면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 중 로망 웰즈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만든 에드몽 웰즈의 후손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다. 웰즈라는 성을 가진 인물들은 ‘개미’의 에드몽 웰즈에서부터 시작해 ‘죽음’의 가브리엘 웰즈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해 왔다. 로망 웰즈는 작중에서 기존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위키백과 등의 데이터를 추가해 확장판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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