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불고…그리고 예술’展
‘인터불고…그리고 예술’展
  • 황인옥
  • 승인 2021.05.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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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작-Time-accumulation
권기자 작 ‘Time accumulation’

권기자 작가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하찮은 존재를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캔버스 밑으로 흘러내려 바닥에서 굳어진 쓸모없는 물감덩어리를 쌓고 자르는 단순 행위로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갤러리세인이 대구 인터불고 호텔 갤러리와 VIP라운지에서 개최하고 있는 ‘인터불고...그리고 예술’전에서 상식을 비트는 그녀의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 ‘시간의 축적’ 연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시간의 축적’ 연작은 물감을 바닥에 뿌려서 말린 덩어리들을 모아 틀 속에 차곡차곡 쌓고, 쌓은 덩어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절단해 그 단면을 캔버스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부조다.

사실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거슬러 가면, 그녀의 남다른 감수성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중력을 이용해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흘러내리는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고, 필연적으로 캔버스를 타고 흘러내린 물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과 마주쳤다. 어느 날 응고되어 나뒹구는 물감 덩어리에서 또 다른 물성을 발견하고는 틀 속에 쌓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물감덩어리에서 시작한 재료 만들기는 물감을 바닥에 의도적으로 뿌려서 말리는 단계로 확장됐다. “바닥에 떨어진 물감만으로는 양도 부족하고 감정상태도 단조로워 내가 직접 만들고 있다. 이 경우 물성을 좀 더 제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뿌려서 응고된 물감덩어리로 만든 부조는 추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물감 덩어리를 중첩하며 구축된 시간성과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광활한 공간성을 추상의 형태로 형상화했다. 작가는 이 시간성과 공간성에 “존재 이전의 본질, 물질 이전의 정신을 담아낸다”고 언급했다. “현실의 자연에서부터 시작해 광활한 우주로 확장했다 마침내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는 긴 여정을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권기자, 김상열, 김순철, 민병길, 박종태, 신승희, 최승윤, 최지윤, 권영식, 박성욱 등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불고 전시는 1일부터 3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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