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교육이야기> 지금, 지나친 기대를 멈추자
<생활 속 교육이야기> 지금, 지나친 기대를 멈추자
  • 여인호
  • 승인 2021.06.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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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아 나라 안이 떠들썩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 여러 부문에서 수상하고 올해는 한국 배우가 여우조연상까지 받게 되었으니 나라의 큰 경사였다.

윤여정 배우는 수상 인터뷰에서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나는 이번에 김연아 선수와 같은 운동선수들이 대회 때마다 얼마나 심적 부담이 컸을지가 가늠되더라’라는 이야기다. 또 많은 국민이 응원해 주어 진심으로 고마웠지만 몹시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수상과 관계없이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멋진 오스카 시상식을 즐기고 싶은데 국민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어 즐길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줄 때는 받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주라. 그래야 상처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는 것과 기대하는 것이 꼭 수학 공식처럼 비례한다. 자녀교육에 있어 부모의 기대도 그렇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녀에게 헌신을 다하고 본능적으로 기대하게 된다. 욕심을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달이 커지듯 보름달만큼 꽉 찬 기대를 마주하게 된다. 기대가 크면 아이의 작은 성취는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집착하게 되는 괴물 부모가 되고 만다. 아이는 어떨까? 늘 부모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독립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수년 전 ‘천재 소녀 K양’ 사건이 있었다. K양은 하버드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입학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축하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는데 그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합격증을 위조하고 심지어 교수들과 합격에 대한 상세한 메일을 주고받은 것처럼 조작하여 K양의 부모님은 합격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영재들만 다닌다는 버지니아 명문 과학고에 재학 중이던 K양,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전문가들은 K양의 증상을 ‘리플리증후군’이다 라고 진단했다. ‘리플리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장애를 말한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과 압박이 되는지 알 수 있었던 사건이다.

내가 주도하지 않는 삶은 재미가 없다. 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자기효능감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스트레스가 우울감이나 폭력으로 나타나 부모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고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말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반항은 자주적인 삶을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공격적이며 때로 무책임하고 때론 막무가내라 곤혹스럽다. 어떻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해서다. 심할 경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반사회적 행동과 충동 조절문제, 불안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부모의 기대는 부모의 욕구다. 부모의 욕구가 일방적일 때 자녀의 욕구는 무시되고 만다. 서로의 욕구가 존중되려면 평소에 자녀와 대화를 자주 나누어야 한다. 대화란 서로 마음을 읽으며 산책하듯 나란히 걷는 일이다. 보폭과 속도를 맞추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대화를 나누면 언젠가 부모의 바람대로 성장해 있는 자녀를 만날 수 있다. 지금, 지나친 기대를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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