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사명과 사업, 사람을 피보팅하라
[배종태 경영칼럼] 사명과 사업, 사람을 피보팅하라
  • 승인 2021.06.03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세계 경제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한 마디로 ’가속화‘ (acceleration)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의 발전, 사이버 세상과 비대면 사업의 확산,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 등 많은 변화들은 대부분 이전에 이미 예견된 방향으로 나타났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그 진행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화시켰다. 우리는 향후 10년에 걸쳐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던 여러 변화들을 불과 2~3년 만에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지난 1월, ’2021년과 그 이후를 지배할 메가트렌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서는 7대 메가트렌드로 ① 미·중 긴장 지속과 국제질서 변화, ② 강화되는 탈탄소화 기조, ③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도입 가속화, ④ 기술이 불러온 금융산업 재편, 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금융안정, ⑥ 변곡점에 선 제조업, ⑦ COVID-19가 몰고 온 소비 트렌드를 꼽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의 속도도 빠르지만 변화의 방향도 이전에 비해 매우 광범위하다. 이렇게 초(超)스피드로, 다각도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기업들도 점진적인 변화에만 의존해서는 지속 성장이 어렵고 생존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 변화의 필요성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무엇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 무엇을 피보팅 해야 하나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피보팅(pivoting)이란 용어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농구 경기를 보면 선수가 공을 든 채 한쪽 발은 바닥에 붙이고 이를 중심축으로 해서 다른 발을 여러 방향으로 옮기면서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방향 전환을 피보팅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위기 상황이나 시장 트랜드가 급속히 변화할 때 기업이 이런 변화에 맞추어 사업 방향이나 전략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도 널리 사용된다.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피보팅 전략은 매우 유용하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사업 모델이나 제품 특성을 발 빠르게 전환하는 피보팅은 린 스타트업 전략의 핵심이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도 한 쪽 발은 바닥에 붙이고 (기존의 역량과 자원 활용) 다른 발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기존 사업의 변화와 혁신) 방식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균형있게 추진하는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무엇을 피보팅해야 하는가? 사명과 사업과 사람을 피보팅해야 한다.



◇ 사명의 피보팅, 목표보다 목적 지향

2019년 미국의 주력 기업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업의 목적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는 데 있음을 선언하면서, 고객, 직원, 협력사, 사회(지역)공동체,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함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선언에서는 ①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 ② 직원을 위한 투자, ③ 협력사와의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④ 사회공동체에 대한 지원, ⑤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창출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공감은 확산되고 있다.

단기적인 사업 목표만 있고 기업의 목적이 정립되고 공유되지 못하면, 그 기업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해지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지속 성장이 어려워진다. 목표중심이 아닌 목적지향의(purpose-driven) 회사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미션과 목적에는 경제적 가치창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전사적·전략적 노력이 반영되어야 한다.

먼저 기업의 사명을 피보팅 하라. 단기적 이익 창출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성공을 돕는 회사‘로 변신하는 것, 목적이 이끄는 기업이 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피보팅이다.



◇ 사업과 사람의 피보팅

쿠팡의 성공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많은 사업 영역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빅데이터 축적과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은 개별 고객들의 취향과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고객들의 댓글과 기업의 추천은 고객들의 구매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업을 피보팅해야 한다.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최근 한국의 기업가들을 위한 세미나에서 “당신이 현재하고 있는 사업을 5년 후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면, 당신의 회사는 결국 사업에서 퇴출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 뿐아니라 마케팅에도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되어야 한다. 핀테크(fintech) 뿐만 아니라 마테크(martech)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업 피보팅의 실행과정에서는 인수합병(M&A) 등 비유기적 성장전략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의 사업을 피보팅 하라. 고객가치 혁신을 통해 변신하는 회사로 발전하라. 물론 사업의 피보팅은 기업 피보팅의 핵심이며, 여기에는 새로운 고객 지향, 마케팅 관점, 신기술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피보팅이 필요하다. 사람의 피보팅이 없다면 새로운 전략의 실천이 어렵다. 목적지향 혁신기업의 경영자들은 내부관리자에서 사내기업가로 변신해야 한다. 여기에는 사명의 공유, 기업문화의 창달,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확산이 중요하다. 피보팅을 성공적으로 하는 회사가 오래 존속하고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사명과 사업, 사람을 피보팅하는 것이 선도기업들의 핵심 과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