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기업생존의 핵심: 정체성과 기업문화
[박명호 경영칼럼] 기업생존의 핵심: 정체성과 기업문화
  • 승인 2021.06.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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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창립 57년 역사의 국내 2위 우유업체인 남양유업이 지난 달 말에 매각되었다. 불가리스 효능의 과장발표 논란에 휩싸여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며 창업자의 후손이 경영과 완전 결별했다. 그 동안 남양유업은 여러 차례의 위기에 매번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과 부적절한 대응으로 고객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시장변화를 외면하고, 제품력만을 맹신하면서, 상명하복의 낡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도 못해‘사랑받는 기업’과는 아예 거리가 멀어졌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는 정체성의 확립과 올바른 기업문화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정체성과 조직문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체성을 제대로 갖출 때 바람직한 기업문화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이란 남들과 ‘다름’을 나타내는 차별성이며 동시에 자기 존재의 당위성을 뜻한다. “우리는 왜 존재하며,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란 질문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남들과의 다름이 분명해진다. 기업의 정체성은 그 기업이 사회 속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사명을 시장에 내놓는 명시적인 답안이다. 그것은 신조(credo)나 경영이념(management philosophy) 또는 기업사명문(mission statement) 등에서 나타난다.

기업이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려면 우선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경영자의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의 경영자들은 소유경영자들이다. 따라서 자신들만이 기업을 소유한 주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경영자가 자신의 생각만을 내세우며 명령일변도의 수직적 방식으로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 자신들의 왜곡된 카리스마와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한다. 남양유업의 사태뿐만 아니라 땅콩회항이나 수많은 갑질 사건들이 모두 이 같은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기업은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 회사 고유의 무엇인가를 제품에 담아내야 한다. 나아가 경영전략, 마케팅, 운영, 인사 등 경영 전반에도 고유의 것을 담아 고객과 원활히 소통할 때 비로소 정체성이 제대로 표출된다. 이런 기업의 고객은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면서 제품에 담긴 기업의 존재 이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사적 조직인 동시에 ‘사회적 공기(公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성에는 사회적 책임의 비전과 내용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의 최우선적 과제는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다.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떠한 고객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객들에게 천명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고객을 가장 중시하는 기업으로는 아마존이 자주 언급된다. 이 회사의 회의 자리에는 늘 고객을 위한 빈 의자가 하나 있다고 한다. 고객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정체성이 고객과 사회에 대한 약속이라면, 기업문화는 정체성을 발현하기 위해 기업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다. 기업문화는 기업의 ‘정신적 인프라’이며 구성원들의 생각과 태도, 행동 규범 등을 결정짓는다. 조직성공의 최대 변수는 구성원들의 문화적 일체감이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의 기업에서는 강력한 리더가 기업을 통솔하고, 구성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그의 명령과 통제를 따라야 하는 것이 관행처럼 고착화되어 있다. 하루속히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자유로운, 개방적이고 탄력적이며 자율적인 기업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구성원들이 두려움, 불신, 적대감으로 가득하면 최고의 전략도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6I 사고혁명』에서 인문학자 김경집도 아무리 좋은 전략도 사람에 대한 애정, 관심, 가치를 담지 못하면 결국 허사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궁극적이며 기본적인 것은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것이며, 이런 발판 위에서 기업이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조직은 기술이나 전략이 아니라 그들의 가치관으로 남들과 구분된다. 성공한 기업, 우승컵을 거머쥔 스포츠 팀, 날로 번창하는 가문 등에서는 예외 없이 특유의 문화가 감지된다. 이들은 부단한 노력과 변화를 통해 고유의 문화 혁신을 이루었다. 이것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영자가 자신만의 기업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업문화의 변화를 구현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려면 늘 달라야 한다.”20세기 여성패션의 혁신을 선도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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