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글>종이 한 장 차이
<선생님 글>종이 한 장 차이
  • 여인호
  • 승인 2021.06.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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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더러 듣습니다. 세상일은 변수가 많아 어느 것이 화가 되고 어느 것이 복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에 복과 화는 종이 한 장 차이니 태연하게 받아들이라 일러주는 것 같습니다.

‘종이 한 장 차이’는 사물의 간격이나 틈이 지극히 작음을 이르는 것으로 수량이나 정도의 차가 미미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에서 ‘백지장’이 그런 의미를 나타내며 ‘간발의 차이’에서 ‘간발’과 ‘한 끗 차이’에서 ‘한 끗’이 이와 비슷한 의미로 극히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성공과 실패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은 실패했다고 낙심하지 말고 성공했다고 지나치게 기쁨에 도취되지도 말라는 뜻일 겁니다. 과거의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과거의 성공은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에 성공에 가려진 실패의 역할에도 주목하며 성공과 실패 사이의 기묘한 상호작용에 대해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헨리 페트로스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신체적 장애로 원망 가운데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 하나에 집중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며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는 긍정의 아이콘 닉 부이치치의 행복 이야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합니다.

요즘 학교폭력 관련하여 학부모로부터 도움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다툼이 생겨나다 보니 학부모의 입장도 덩달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피해자 부모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친구를 때리고 불편하게 하는 가해자 부모가 되듯 부모의 입장이 혼란스럽게 뒤바뀌다 보니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입장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감정 회복 탄성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 코피가 터지도록 싸웠다 할지라도 하루만 지나면 아이들의 감정은 이미 초기화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잘 어울려 놉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일어난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가끔은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지...’ 생각하며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도움말을 주기도 합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부자와 가난한 자, 고수와 하수, 겸손과 교만 모두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음이 끌린다면 아마도 살아온 세월이 깊은 까닭일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종이 한 장 차이를 오가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여러분은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를 극복하셨습니까?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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