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온 화이트'…사진사의 눈으로 담아낸 역사적 비극
영화 '화이트 온 화이트'…사진사의 눈으로 담아낸 역사적 비극
  • 승인 2021.06.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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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위해 칠레 설원 찾은 작가
‘원주민 학살’ 잔혹한 상황 목격
실제 사건 주인공 시점 재구성
백인들이 신대륙 정복을 위해 행했던 인디언 학살이란 역사의 비극이 눈으로 뒤덮인 황무지의 묘한 분위기 속에서 가감 없이 드러난다.

제76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오리종티 감독상을 받은 ’화이트 온 화이트‘는 포터라는 정체불명의 지주의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칠레의 설원에 도착한 중년의 사진사 페드로(알프레도 카스트로)의 시선을 따라간다.

영화의 배경은 스페인이 남미 대륙을 정복한 이후인 20세기 초반의 칠레다. 신대륙이라고 여겨진 이 황무지를 소유한 이는 영화 속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포터다. 이곳에는 인부들은 모두 포터에게 고용된 사람들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포터의 재산 증식이다.

이야기는 아직 소녀 티를 벗지 않은 어린 신부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독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결혼식,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랑 등 묘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작가 페드로는 신부의 아름다움을 담는 데 집착한다.

포터 몰래 신부의 사진을 남기려던 페드로는 결국 덜미가 잡히고, 다른 인부들과 함께 일터로 내몰리게 된다. 그곳에서 페드로의 눈앞에는 잔혹한 현실이 펼쳐진다. 이곳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이 총구 앞에 노예 신세로 전락하거나 죽임을 당한다.

조도를 한껏 낮춘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울하다. 신경을 거스르는 세찬 바람 소리와 발을 뗄 때마다 흙먼지가 흩날리는 메마른 대지는 침탈의 역사를 불편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포터에게 고용된 일꾼들은 원주민을 죽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죽은 원주민의 귀를 베어간다. 여자 원주민들은 성적으로 희롱당하는 등 인간성을 상실한 행위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이를 불편해하던 페드로의 시선은 점점 무감각해진다.

영화 후반부 아름다운 작품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원주민들의 시체를 이리저리 옮기고, 총을 든 백인들의 자세를 고쳐잡는 페드로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영화는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생략하거나 프레임 밖으로 밀어내지만, 충분히 역사 속에 가려진 어두운 비극을 성찰하게 만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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