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사업과 공항 공화국
신공항 사업과 공항 공화국
  • 승인 2021.06.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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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교수·경영학 박사
최근 수년간 정부에서 추진하거나 검토되는 신공항 사업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포함해 새만금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울릉도, 백령도, 흑산도 신공항, 경기 남부 신공항, 서산 공항 등 무려 9개나 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투어 공항 건설을 공약하며 국토 전역에 공항 건설 바람이 불어온 나라가 공항 공화국이 될 판이다.

지난 2월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와 국토부 장관까지 대동하고 가덕도 현장을 방문하며 신공항 건설을 독려한 다음 날,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정부,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뿐 아니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과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받은 새만금 신공항도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서산 민간공항 건설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며 예비타당성 조사면제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5월 12일 인천시의회는 백령 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 선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는 등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지자체에서 지역 차별 논리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항 유치가 곧 정치력이며 공항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정치 논리를 앞세워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지역의 언론들과 관변단체들이 가세하며 지역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난립하는 '공항 정치'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는"졸속 정치 공항은 기존 지방 공항의 적자 사태에 보듯이 국가 부도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항 건설은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일단 공항이 건설되면 되돌릴 방안이 없으며 이는 과거에 실패한 공항 건설의 흑역사를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타당성을 무시한 채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과욕이 불러온 예천, 울진, 무안, 양양 공항과 부지를 매입한 채 공사가 중단된 김제 공항의 사례를 보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신공항 건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국의 공항은 국제공항 8개, 국내공항 7개 등 총 15개 공항이 있으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대구를 제외한 10개 공항은 만성 적자로 최근 5년간 누적 적자액이 3800억원에 달한다. 다수의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지금도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여 운영하는 공항들이 다수인데 또 다른 신공항 건설로 적자 공항들을 양산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 역시 1970년대 정치권과 관료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지방 공항이 대거 건설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고 적자가 심각한 공항이 대거 발생, 수십 년간 무려 5천억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적자 공항 관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본의 97개 공항 중에 오사카 등 민간이 운영하는 4~5개의 국제공항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적자 상태로 지자체마다 공항을 지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이 결국은 국가부채 증가의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나마 일본은 4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해 공항 건설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국토가 좁고 사통팔달 도로망과 고속철이 발달하여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할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만약 현재 추진 중인 공항이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국토 면적당 공항 개수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다.

공항을 건설하면 수요가 발생하고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으리라 여기지만 불확실한 수요예측으로는 항공사 유치는 물론 이용객과 항공화물 확보도 쉽지 않다. 항공사는 경제성이 미흡하면 운항할 이유가 없으며 설령, 운항하더라도 적자가 누적되면 철수하여 항공기가 운항하지 않는 유령 공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뻔히 적자가 예상되는 공항들이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항 건설 비용부터 운영까지 모든 예산을 국가가 부담하고 향후 문제가 되어도 정치권과 지자체에 국고 손실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에 있다. 또한 공항이 건설되면 수년 동안 토건 공사로 이익을 보는 세력들과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다음 선거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 집단들도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공항을 건설하고도 수천억원의 운영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현재의 구조를 지속할 수는 없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을 법으로 명시하고 실패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아울러 체계적인 국가 공항 정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반복되는 적자 공항 건설의 악순환을 마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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