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준에서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준에서
  • 승인 2021.06.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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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장
기쁜 날이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지만 주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선물을 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선물도 때로는 상대에게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처치 곤란한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선물이 받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선물을 선정할 때 기준을 누구에게 두나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선물을 고를 때 기준은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있지 않고,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 즉,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거나, 혹은 받는 사람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선물로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의 기준에 서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거나 혹은 자기가 주기 편한 것을 상대방에게 주게 되었을 때 받는 사람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물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준 적이 있었다. 정식 상담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보니 상담료를 책정하기도 애매했었다. 그렇게 전화 통화와 카톡 등으로 상담을 해준지 몇 주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 사람의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분은 감사의 뜻으로 상담료만큼의 값비싼 선물을 필자에게 해주셨다. 선물을 확인해보니 전혀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선물은 나에게 전혀 기쁨을 주지 못했다. 필자가 쓰지도 않는 물건일 뿐 아니라, 취향도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 그분의 기준에서 고른 선물 같았다. 여전히 그 물건은 집 한구석에 박혀 있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또 한 번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라고 아들과 딸이 큰 맘먹고 백화점에 가서 한 병에 20만원 가량하는 와인을 사 온 적이 있었다. 그것을 받고 나와 아내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어쩌지, 저 비싼걸. 바꿀 수 없나'였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 아들과 딸이 선물해 준 거니 기쁘게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렵게 돈을 모아서 산 건데 그만큼 받는 우리가 기뻤으면 좋겠다. 안 기쁜데 기쁜 척하는 것은 위선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정중히 요청했다. "이거 환불하고 엄마 아빠가 가지고 싶은 거로 바꾸면 안 될까?" 다행히 아이들은 허락했고,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에 가서 20만원을 환불받아서 티셔츠도 사고, 여름에 신을 슬리퍼도 샀다.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2만원 정도의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샀다. 그제야 선물을 받은 우리가 기뻤다.
요즘 카카오톡에서는 선물하기 코너에 들어가 보면 본인이 선물을 받고 싶은 '위시 리스트'가 만들어져 있다. 생일이나 축하할 일 있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싶은 것을 선물해주는 방법이다. 참 좋은 아이디어다.
처남은 요 몇 년째 생일날이 오면 "자형이 받고 싶은 것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세요."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비싸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저렴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가격대에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찾아서 처남에게 보낸다. 그러면 처남은 내가 보낸 사이트보다 더 저렴한 사이트를 찾아 더 싼 가격에 그것을 구매해서 내게 선물로 보내준다. 서로가 좋다. 나는 내가 원하는 선물을 받아서 좋고, 처남은 내가 기뻐하는 선물을 해줘서 기분이 좋고. 참고로 처남은 작년 내 생일에는 내게 정말 필요한 목공용 '타카'를 선물 해줬고, 올해는 일하면서 들을 수 있는 골전도 이어폰을 선물해줬다. 둘 다 너무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좋아할 것을 해주는 것이 선물이다. 그렇지 않고 선물을 해주는 사람의 기준에서 해주는 것은 때론 처치 곤란한 짐이 되기도 한다.
선물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상대방에게 필요하고, 상대방이 기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다. 물이 필요한 사람에겐 물이 선물이 될 수 있고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옷이 선물이 될 수 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겐 휴식이 선물이 될 수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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