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까지 뜨겁던 유리의 도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힘없이 무너지는 담장 아래 우왕좌왕 개미들
속내 감추고 있던 가로등도
부풀대로 부풀어 올랐다
아랫배 살찐 사내가 몽글몽글 올리는 물보라
황토이불 출렁이는 들판
허리띠 졸라 묶은 비닐하우스도
휘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지탱의 의욕 버린 취객이
벌컥벌컥 내뱉는 오물에
골목은 체증이 불어나고
분수 밖의 분수에 들어
시름겹던 도시는
안주인 듯 씹어대던 욕망을
물빨래하듯 헹구고 있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해설> 장마로 인한 인간들의 허상과 허무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우왕좌왕 개미들(사람), 가로등, 황토이불(익어가는 벼) 들판, 비닐하우스, 쓰레기더미 등등 인간들의 온갖 치욕들이 가감 없이 등장한다. 끝 연의 안주인 욕망을 물빨래하듯 헹구는 장마의 묘미를 한껏 살린 실감 나는 시(詩)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