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학급당 학생 수
미래를 위한 학급당 학생 수
  • 승인 2021.06.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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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학급당 학생 수 20명에 대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지부진하던 이 문제는 최근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다, 며칠 전에는 관련 국회 청원이 10만명 동의를 충족하면서 교육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최근 다시 이슈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달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루어졌던 교육현안 제2차 국회 연속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주제로 국회의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교조 등이 함께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검토가 있기도 했다. 이 토론회의 내용 속에서 교육부의 입장은 물론 대도시와 지방 등의 인구문제에 대한 다양한 양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교조는 중학교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1.8명이지만, 사실 학급당 학생 수는 25.2명이라는, 같은 내용의 다른 관점의 2020년 교육통계가 가져오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한다는 기준점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반면 교육부는 2035년이 되면 OECD 최상위국 교육여건에 해당하는 급당 16명의 학급당 학생 수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2022교육과정이나 새로운 수능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지도를 위해서는 학급 수 20명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충남교육청의 경우 인구 유출이 많은 학교의 경우 오히려 하한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학급당 20명을 맞추는 이야기가 단순히 학생 몇 명을 덜어내는 것이 아닌, 쉽게 결정될 수 없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한편 2035년경 한 학급에 16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정부의 인구정책이 꾸준하게 이어지겠지만, 인구절벽의 추세가 이어진다는 가정은 사실상 꽤 합리적이다. 그러한 결과가 불과 15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 반의 학생을 줄인다고 교원수급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서울지역 초등 임용 합격자 중 대기발령 인원은 3월 기준으로 600명이 넘는다. 대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터다. 인구절벽의 문제 역시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제주대와 제주교대에 이어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의 움직임을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교원양성체제개편혁신추진위원회에서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이동이 가능한 한편, 교원양성관련 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교원양성체제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온라인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서 올 10월에 구체적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라는데, 인구구조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학생 수 감소, 인구 감소, 임용 문제, 교사대 통합 문제, 교원양성체제까지 온갖 문제가 얽혀 있는 참으로 쉽지 않는 문제다.

사실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교원당 학생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교육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자만 가장 먼저 '학생 수'의 기준을 '학급당' 학생 수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인다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급의 경우는 확실하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아닌 경험적으로 보더라도, 20명 내외는 충분히 사회적 기능, 의사소통 기능을 익히면서 학습에서도 교사나 학습자간의 유의미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수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코로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전체가 등교할 수 있는 물리적인 허용치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재의 건물을 부수지 않는 한, 많은 학생 간에 2m 이상의 건강 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학교는 올해 1학년 학생부터 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조정하여 선발하였다. 사실 우리학교는 선발 경쟁률이 작년만 해도 18:1에 가깝기에, 많은 학생들이 선발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학생 수 감축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지난 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면 수업 등을 좀 더 원활히 하기 위하여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전체 학생 수가 조정됨에 따라 우리학교 학생들은 꽤 많은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었고, 좀 더 학생 주도적으로, 개별화된 방향의 IB수업도 잘 이루어낼 수 있었다. 교육적으로는 여러 모로 분명한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무쪼록 의미 있는 협의를 통하여 더 많은 눈맞춤 속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배움을 이루는 방법을 하루빨리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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