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도와주는 새들 - 통신용 비둘기 이야기
사람을 도와주는 새들 - 통신용 비둘기 이야기
  • 승인 2021.06.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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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새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새로 비둘기를 들 수 있습니다.

비둘기는 ‘성경(聖經)’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에 방주(方舟)를 타고 있는 노아에게 맨 먼저 올리브 잎을 가져다 준 것도 비둘기였습니다. 이에 노아는 곧 고난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을 예감하게 됩니다.

그 뒤로 비둘기는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비둘기는 많은 새들 중에서 집을 찾아 돌아오는 귀소(歸巢) 본능, 즉 회귀성(回歸性)이 아주 강합니다. 이에 비둘기는 예부터 통신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BC 3,000년경에 이미 이집트에서 통신용으로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 뒤에도 비둘기는 꾸준히 이용되어 와서 10세기 경 바그다드의 술탄은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망을 구축했고, 칭기즈 칸은 전쟁 때마다 비둘기를 통해 승전보를 전했습니다.

통신에 이용되는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라고 하는데, 이 말에는 문서를 전하는 비둘기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전서구는 먼 거리를 직선으로 빠르게 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특수 훈련을 받은 다음에야 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다리에 출발 시각을 적은 끈을 묶은 채 반복훈련을 통해 어느 곳에서 날려 보내었거나 간에 집으로 돌아와 비둘기장 들창으로 들어오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근대에도 비둘기는 통신용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1848년 인권혁명(Revolutions of 1848)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때 비둘기에 힘입은 바가 매우 컸습니다. 당시 베를린과 브뤼셀 사이에 전보(電報)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비둘기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둘기는 전 인류의 자유가 신장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비둘기를 통신에 활용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이 광활한 중국에서는 비둘기 부대를 만들어 현대전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통신망이 파괴되거나 부정확한 통신이 개입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비둘기 통신부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 비둘기의 평균 기록은 1,600㎞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고 비행기록은 무려 3,700㎞라고 하니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능력을 걸고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로도 개발하였습니다. 즉 누가 길들인 비둘기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가를 두고 벌이는 비둘기 경주(pigeon racing)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맨 처음 비둘기 경주는 1800년대 초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30㎞, 50㎞에서 펼치다가 1818년에는 160㎞의 거리에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1820년에 파리에서 리에주까지 수백 ㎞를 날아가게 하는 경기가 열렸고, 1823년에는 런던을 출발하여 바다를 건너 벨기에에 도착하는 경기가 벌어졌는데 이 경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지금도 벨기에서는 마을마다 비둘기애호가 클럽이 있는데, 우승하는 비둘기 한 마리의 경매가가 우리 돈으로 무려 4억 5천만 원이나 나갈 정도라고 합니다.

비둘기는 통신용뿐만 아니라 식용(食用)으로도 중요하였습니다.

스페인이나 이스라엘 등 비교적 건조한 지역에 가보면 민가 지붕이나 성벽 위에 격자(格子) 모양의 나무상자나 진흙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사람들이 제공한 비둘기 집입니다. 이곳에 깃든 비둘기는 이곳 주민이나 그 옛날 군인들의 비상 단백질 공급원으로 널리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새들은 이처럼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늘 이 새들을 이용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둘레의 새들을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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