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 선수 유무로 갈린 대구의 ACL 첫 경기 승패
올림픽 대표팀 선수 유무로 갈린 대구의 ACL 첫 경기 승패
  • 석지윤
  • 승인 2021.06.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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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팀 체력 훈련을 이유로 주전 3명 빠진 것이 패인

올림픽 대표팀 선수 유무의 차이가 대구FC의 ACL 경기 승패를 갈랐다.

대구FC는 27일 오전 1시 우즈베키스탄 로코모티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J리그 카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2021 I조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대구는 이날 리그에서 주로 이용했던 3-5-2 전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에드가-김진혁 투톱이 최전방에서 카와사키의 골문을 노렸다. 허리 라인 역시 츠바사, 세징야, 이진용이 선발 출장했고 최영은이 골문을 지키며 주전 라인업 대부분이 가동됐다. 하지만 수비진에선 대폭 변화가 있었다. 스리백에는 김우석-홍정운-박병현이, 양 윙백에는 황순민과 장성원이 선발 출장했다. 이들 중 리그에서 주전으로 줄곧 출장했던 선수는 홍정운과 황순민 뿐. 특히 지난 21일 상무에서 전역한 박병현은 부상 복귀 후 김천 소속으로 FA컵에서 단 1경기를 치른 것이 마지막 실전. 대구에선 동료들과 실전에서 호흡 한 번 맞춰보지 못한 셈이다. 원래대로라면 정태욱, 정승원, 김재우 등이 베스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겠지만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 예비 엔트리 최종 훈련에 포함되며 ACL에 동행하지 못했다. 카와사키의 미토바 카오루, 하타테 레오 등 2명의 일본 올림픽 대표팀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과는 대비됐다. 이 차이는 이날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미토바와 하타테는 전후반 내내 대구의 오른쪽 측면을 휘저었다. 안용우, 김재우와 출전시간을 양분하긴 했지만 꾸준히 출장하며 실전 감각이 모자라지 않은 황순민-김우석이 버티는 왼쪽 대신 정승원의 복귀 이후 줄곧 출장 기회를 받지 못했던 장성원과 부상 복귀 후 실전 감각이 부족했던 박병현을 집요하게 공략한 셈이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정답이 됐다. 대구는 전반부터 황순민의 선제골로 앞서나갔고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세징야의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지만 미토바-하타테의 '올림픽 대표팀 커넥션'이 대구의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빈자리를 후벼파며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거푸 만들어냈다. 결국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유무가 승패를 가른 셈이다.

대구로선 2년만의 ACL에서 16강 진출을 노렸지만 올림픽 본선 무대도 아닌 예비 엔트리 훈련 탓에 핵심 주전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A대표팀이 아닌 올림픽 대표팀의 경우 의무 차출이 아닌 만큼 대구는 ACL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둔 상황에서 '차출 거부'라는 강수를 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일정상 주요 전력 이수빈의 차출을 거부했던 포항이 1년여 동안 올림픽 대표팀에서 외면당한 것을 옆에서 지켜본 대구로선 리그 도중 번번히 차출에 응하다 마지막 훈련 거부로 불이익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강하게 나서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성남 감독 재임 시절 소속팀 선수들의 A대표팀 발탁에 "프로는 대표팀의 들러리인가. 이란전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 아닌가. 프로팀의 한 해 농사를 망칠 셈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 2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김학범 감독은 자신이 비판했던 바를 똑같이 행하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의 체력 훈련에 수비진의 기둥뿌리가 뽑혀나간 대구가 남은 조별리그 5경기를 잘 치러내 구단 최초로 ACL 16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는 오는 29일 오후 11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유나이티드 시티 FC와의 조별리그 2라운드를 치른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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