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의 문화, 자연과 교감하면 저절로 싹틉니다
생명 존중의 문화, 자연과 교감하면 저절로 싹틉니다
  • 신경용
  • 승인 2021.06.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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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18) 생태적 삶
균형이 깨진 세계
봄철 흔하게 보던 벌 40% 감소
꽃은 피나 열매 못맺는 기현상
전례 없는 문명 발전의 역풍
생명 경시 풍조 확산 불러와
한국 자살률 OECD 1위 수준
자연보호교육현장
자연 생태계 체험 교육에 나선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지도을 받으며 식물을 조심스레 다루고 있다.

어릴 적 계절의 흐름에 따라 흙을 손에 묻히며 풀을 뜯고 꽃을 따먹으며 놀았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새를 잡고 강아지풀을 뜯어 누나를 간지럽게 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산골 마을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어린 멋이 넘치는 곳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나무를 좋아하고 꽃을 사랑하며 자연 생태계를 떠나선 살 수 없게 되었다.

멋모르고 지낸 어린 시절의 들놀이와 산놀이가 자연과 교감하며 사랑을 키우는 귀한 기회였고 생명의 가치를 키우는 기회임을 깨닫고 유치원 이사장 시절, 유치원에 있는 유휴지를 활용하여 자연체험학습장을 운영했다. 아이들과 함께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고구마 등을 심고 매일같이 함께 물을 주면서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다.

유아가 자연 생태계를 다양하게 체험함으로써 정서를 함양하고 전인적(全人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하였다. 그 결과 유아들이 도심 생활에서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정서적인 면을 돌볼 수 있었고 신체와 정신적인 면에서도 안정감을 찾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연체험학습장의 활동은 인간이 지닌 모든 자질(資質)을 전인적으로 균형을 갖추며 성장하게 했을 뿐 아니라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가정과 가족의 회복도 경험할 수 있었다.

세상은 점점 질서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자연 생태계도 다르지 않다. 꽃피는 계절이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벌도 지구상에서 40%나 감소 되었고, 꽃은 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철마다 꽃은 피고 지지만 꽃의 본래 아름다운 색깔도 향도 점점 희석되어 가는 것 같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있어 미래 세대에 면목이 없다.

봄이 되면 언젠가부터 황사가 침범해 맑은 하늘을 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고, 대문 밖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등산길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옹달샘도 안심하고 벌컥벌컥 마시기에는 염려되는 물이 되었고, 오곡 잡곡을 먹으려면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유기농 먹거리를 값비싸게 찾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전례 없는 문명 발전이 가져온 역풍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생명 경시를 가져왔다. 인간을 위한 극적인 문명의 발전은 ‘인간’이라는 울타리안에서만 수혜가 가능했고 ‘모든 생명’에 대해서라는 테두리에서는 벗어났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 역사는 동시에 무서운 파괴의 역사임을 발견하게 된다. 한정된 자원은 발전에 대한 과도한 욕망 때문에 사용가능한 한계치를 넘어 심각해졌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오는 재해는 현실의 삶에 위협을 가할 뿐 아니라 미래에는 더는 친환경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를 향한 생명 경시는 산과 들과 바다, 나무와 꽃과 풀, 새와 나비와 벌, 강아지 고양이, 물고기 등 자연 생태를 넘어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자기 자신만을 위한 편의주의와 안락한 삶은 빠른 속도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경쟁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문화는 개개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치원의 친환경 체험 학습으로 돌아가 보면, 연못에 각종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은 날로 커졌다. 엄청난 수의 올챙이를 기르며 집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유아들에게는 페트병을 이용하여 가정으로 한두 마리씩 나눠주기도 했다. 매끄러운 올챙이를 잡는 고사리손은 생명의 따듯함을 체험하면서 가정에서 올챙이가 크는 것을 보며 자연을 느꼈을 것이다.

가족 체험일이면 유아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가족이 참여하여 고구마를 캐고 자연생태계 체험장에서 이루어지는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즐거워 한다. 집에서는 옥상이나 상자에 텃밭 채소 가꾸기도 한다. 지렁이도 잡아서 가정으로 가져가는 유아들도 있다. 살리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유아들은 상추를 심어 자라는 것을 보고 병아리를 가져가 키워보고 올챙이를 분양받아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 모든 것은 ‘살리는’ 교육이다. ‘존중하는’ 교육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이다.

유아들의 자연생태계 체험 교육은 유치원 현장만이 아니라 유아가 성장의 과정에서 경험할 삶의 환경을 체험하는 것이고 자연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는 것이다. 자연 생태적 일상은 모든 생명에 대한 가치 존중이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서로를 이해하는 공존을 위한 출발점이자 평화를 만드는 세계시민의 길이다.

얼마 전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생명존중 교육전문가’ 교육을 받았다. 자살 예방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 지인이 최근에 자살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한 사건이 있어 무척 안타까운 심정으로 참여했는데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보다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죽는 법을 찾는다고 한다. ‘쉽게 죽는 법’, ‘힘들이지 않고 가는 법’, ‘죽고 싶다’ 등의 문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고 한다. 생명존중 교육을 들으면서 ‘자살 시도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죽고 싶다’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자살시도자들이 ‘살리는 것’에 대해 체험할 수 있었다면. ‘살아남’에 대한 경험이 있었더라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는 15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한해를 제외하고 1위였다. 최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1만 379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 행동을 개인적 선택으로 본다면 이는 개인과 가족이 알아서 할 일인 것 같지만, 사회적 문제로 본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시민 의식이 더 넓게 조성되어야 한다. 연예인들과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지난날 학창시절 저질렀던 학교 폭력 사안으로 뒤늦게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아개념에 손상 경험이 있고 사회성 결여 문제와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자연생태계 체험 활동은 인지적 자아개념과 정서적 자아개념이 모두 증가하고 사회적 유용형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또한 자연생태계 체험은 신체적 면역력을 증강해 주고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므로 건강한 인성을 형성하고 우울증과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실제 사례 가운데 자연보호 활동 현장을 소개하면, 자연보호중앙협의회 전북 정읍시의 자연보호 활동을 보아도 자연생태계 체험 활동에서 얻어지는 효과를 확신할 수 있다.

자연보호중앙협의회 정읍시협의회(회장 김종길)의 자연보호 활동은 어린이, 청소년, 부모와 자녀, 모든 연령층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참여자의 환경친화적 태도와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 생태계 현장체험은 어린아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생명존중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시키고 자연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전인 교육이 된다. 따라서 친환경적 태도와 생명존중에 대한 건전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시키는 실제로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생태계 체험 활동은 교육 현장에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밝은 미래를 위해 삶에 대한 경시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연환경 체험 활동을 통해 삶의 존엄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함양하고 공존의 마음으로 자연과의 하나됨을 인식하며 자연 생태계를 사랑하는 책임감을 가진 세계시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경용<자연보호대구시달성군협의회 회장·금화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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