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맴도는 땅 천삼백 리 낙강 하구
인적 바이없는 진우도 모래톱엔
물새들 발길 더듬는 잔물결만 분주하다
신자도 갯바람은 가덕도로 몰려들고
눌차도 갈매기는 장자도로 날아들어
누천년 오간 흔적이 한데 엉긴 모래등
켜켜이 쌓인 알알 층층이 톺아보면
6·25 슬픔에서 사라호 아픔까지
우거진 갈숲 솔숲에 숨은 내력 다 찾을까
물길은 푸르러서 고금古今이 한 빛인데
물 건너 산업단지, 거가대로 낯이 설어
구멍 속 엽낭게들이 두 눈알만 내민다
*진우원: 섬이름의 유래가 된 방수원 목사의 6·25 고아원. 사라호 태풍에 유실.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원래 왜선 또는 이점이었다가 진우도로 불리는 낙동강 하구에 자리잡은 작은 모래톱으로 낙동강 칠백리 물결을 주석으로 바라보며 흥망성쇠의 좌고우면을 겪은 모래섬을 감명 깊게 엮어낸 시인의 역량이 돋보이는 정형시다. 한데 지금은 온갖 시설들이 인근에 산재하여 볼품없게 변한 모래톱을 엽낭게의 눈으로 고발하고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