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흐름
  • 승인 2021.06.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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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시인

우리는 다시 갈라섰다

노둣돌에 닿아도 앵도는 물길처럼

우리는 갈라서서 회로를 달리했다

지푸라기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걸핏하면 등을 돌려 아득해진다

꽃들은 떠나온 씨방으로 돌아가려고

낮은 땅 흙바닥에 잎을 떨구고

바닷물도 머언 별을 연모하여 들썩거리지만

갈라서는 건 분수껏 흐르기 위함

분수껏 흐르다가 아주 합치기 위함이다

거꾸로 치솟아 척 짓지 말기

검푸른 울혈은 다스려 복종하기

순행이 시원치 않을 때마다

하나가 죽어서라도 하나를 살려내야 하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무쳐야 하는 흐름

앞으로 걷는 일도 쉽지가 않다

흐르다 갈라서고 갈라섰다 다시 모여 흐르기

세상만사가 만만치 않다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두물머리처럼 합수와 흐름은 사촌지간인데 갈라서는 것은 이별의 이중주, 어쩌라 헤어짐은 만나기 위한 또 다른 아픔과 기쁨인 것을 정금빛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시에 독자들은 공감하리라.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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