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모두 돌려받는다
박수는 모두 돌려받는다
  • 승인 2021.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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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살면서 필자가 습관처럼 지키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박수에 관한 것이다.
본인은 박수가 일반적으로 조금은 후(厚)한 편이다. 즉, 박수를 많이 치는 편이다. 보통은 우리가 박수를 치게 되는 상황은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겨 축하를 해줘야 할 때이다. 이때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로 상대를 축하해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받은 박수도 축하의 박수고, 동계 올림픽에서 공연이 끝나고 김연아에 쏟아진 박수도 모두 축하의 박수다. 또는 누군가의 말이나 연설이 끝나고 그 말에 동의(同意)를 표할 때 박수를 치기도 한다. 대통령의 연설 후 쏟아지는 박수,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와서 당찬 포부를 밝히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들리는 박수 소리도 무언의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박수는 또한 위로와 격려의 순간에도 사용된다. 마라톤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여 골인 지점을 통과한 꼴찌 선수에게 쏟아지는 박수, 음악발표회에서 긴장한 나머지 실수하여 울고 있는 아이에게 쳐주는 박수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다.
이렇게 박수를 쳐야 하는 상황이 되면 대체로 나는 박수에 인색하지 않으려 한다. 누구보다 먼저 박수를 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즉, 박수 타이밍이다 싶으면 반박자 더 빨리 박수를 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박수를 쳐야 할까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게 된다. 그러한 나의 행동은 박수의 포문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면 소리가 크게 나도록 세게 치고, 되도록 다른 사람보다 오래 치는 편이다. 아끼지 않고 맘껏 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사실은 상대방보다 나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박수와 관련하여 이러한 행동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래전 어느 강의에 갔다가 강사님이 했던 말 때문이다. 그날따라 강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너무 조용했다. 한마디로 경직된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강사의 말에 반응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강사가 아주 좋은 말을 했다. 그때 어디선가 아주 작게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박수소리는 더 이어지지 못하고 바람에 초가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박수 소리가 작은 이유는 강사가 강의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경직된 분위기 때문이었다. 모두 서로 눈치를 보며 그렇게 강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강사도 힘들고 청중도 지루해지려고 할 시점에 멋쩍어하며 강사가 이렇게 얘기했다. "여러분 다음에 박수를 쳐야 할 상황이 오면 되도록 크게 치십시오. 그 박수는 나중에 여러분이 돌려받는 박수입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연습으로 박수 한번 신나게 쳐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박수를 저를 위해서 치지 마시고 여러분을 위해 한번 쳐봅시다. 이 계기로 나는 박수를 칠 일이 있으면 먼저, 크게, 오래 치게 되었고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박수를 많이 치면 건강에도 좋다. 손은 우리 몸의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손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건강해지고, 우리 몸의 여러 장기에 좋은 영향을 준다. 흔히 '건강 박수'라고 알려진 박수 법이 있다. 이 박수 법은 어느 한의사가 사람의 몸을 연구하면서 개발한 박수 법이라고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한 출처는 없지만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라 본인은 생각한다.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고 치는 박수는 눈에 좋다고 하며, 두 손바닥을 맞대어 치는 박수는 속의 내장의 기능이 좋아져서 속이 튼튼해지는 박수라 한다. 그리고 손바닥 아랫부분의 도톰한 부분의 서로 맞대어 치게 되면 신장과 생식기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손등을 서로 맞대어 치는 박수는 허리 척추가 건강해지는 박수라고 했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박수를 아낄 이유는 없는 듯하다.
필자는 박수치는 행위는 적금을 하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한다. 박수를 칠 때마다 차곡차곡 적립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수를 많이 친 사람은 언젠가 그 박수를 수많은 사람 앞에서 한꺼번에 돌려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박수에 인색하지 말자. 축하할 일이 있거나 위로할 일 있을 때 아낌없는 박수를 치도록 하자. 그리고 이왕 친다면 먼저 치고, 크게 치고, 오래 치도록 하자. 상대를 위해서도 좋고 나를 위해서도 좋은 박수를 아낄 필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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