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삶과 죽음
  • 승인 2021.07.04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靑民 박철언

아버지 가신지 30여 년
어머니 묻은 지 3년여
고향근처 공원에 두 분을 모셨지만
5월 중순 묘지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강추위에 떨면서 오른 지난겨울에는
캄캄한 땅속에서 얼마나 추우실까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연초록이 짙어지는 5월 묘지는
두터워지는 햇살과
실바람이 노닐고 있어
그래도 평안하다

육신과 영혼
천당과 지옥
극락과 래생(來生)
깊은 상념에 젖지만
어느 것에도 결론은 없다

다만
삶과 죽음이 일맥
상통한다는 것
신록을 덮고 누운 묘지와
푸른 하늘을 이고 선
이승이 다 같음이라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 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기억은 죽은 말들이 전하는 낯선 시간이다. 세상은 가까이서 보면 슬프고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인간은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고 멀리서 보면 슬프다. 세상을 느끼려고 산과 바다로 가고, 때론 사람을 찾으러 달빛 속을 거닌다. 인생은 낯설음에서 아득함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어릴 적엔 낯설음의 연속이었는데, 지금 앉은 자리는 허공 같고, 다가오는 미래는 아득하기만 하다. 낯설음으로 시작하여 익숙함으로 끝나면 행복이라 했건만, 이 또한 아득함으로 흘러간다. 사람들은 왔다가 가곤 한다.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익숙해지지 말자. 인연은 가꾸는 수고가 필요한 사라지는 텃밭일 뿐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감정은 결국 소멸하고 사라지고 비워진다. 모든 감정은 순간적으로 생기지만 마음은 본래 비어있기 때문에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의식의 작용을 집중하여 감정에 계속 집착하면 소멸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집착하지 않고 그저 기쁨이나 분노가 일어났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임을 알고 받아들이면 고통 없이 평온하다. 시야[視野] 속 허공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우리의 마음은 알아차림의 능력이 있다. 그 알아차림 속에서 마음 그 자체 있는 그대로 놓아두면 그 본성이 드러난다. 마음의 본성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으로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으로 살고 있는 것이며, 평화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평화 속에 머무른다. 이는 지혜를 얻기 위해 지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지혜 속에 있음이다. 살아봐야 아는 게 인생이고, 가봐야 아는 게 미래, 들어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늘 그래왔듯, 어떠할지 몰라도, 나는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 나대로의 대의와 나대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러므로 인생이여, 만세다. -성군경(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