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은 “가슴이 무너진 적이 없는 사람은 시를 쓸 수가 없다”고 술회 하였다.
그림에서는 어떤 나무가 살아있을까! 식물적인 그림, 폭력적이지 않은 그림, 쉽게 정의를 하기는 어렵지만 내 그림 속의 나무들은 가슴이 무너져 본적이 있을까! 석고를 겹쳐 바른 투명하리만치 하얀 캔버스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은 겨울을 닮아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잎마저 버리고 차디찬 석고 위에 수직으로만 서있는 나무는 생명에 대한 본질이다. 그 속에는 가져야 할 것도, 남길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명에의 의지만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그림자만으로도 나무는 충분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두텁게 덧발라진 차가운 석고위로 조심 서럽게 싹을 내밀고 캔버스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그림자를 나이테처럼 드리고 있다. 군락을 이루지 않고 멀리 물러선 나무들은 때로는 모이고 때로는 홀로 가면서 생명과 시간에 대한 질문을 한다.
단순화된 나무는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는 우리의 긴 여정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고, 또 대답을 한다.
※ 이무훈은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수료했다. 7회의 개인전과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정기전 및 특별전 등 다수의 단체점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