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진도 방문기
[문화칼럼] 진도 방문기
  • 승인 2021.07.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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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진도 가는 길은 멀다. 내가 사는 대구에서는 큰 마음먹지 않으면 쉬 갈 수 없다. 국토의 서남쪽 끝 목포, 또는 땅 끝 해남에서도 한참이나 가야한다. 최근 겸사겸사 진도에 다녀왔다. 나의 목적지는 진도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국립남도국악원이었다. 지난 봄 이명희 선생님 추모 공연 때 찾아 와 멋진 연주를 해준 단원, 관계자에 대한 감사인사와 향후 양 기관과 소속 단원 교류 활성화를 통하여 부족한 것을 서로 채우고,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자 함이 주 목적이었다. 또 하나는 지난 6월 25,26일 양일간 있은 '굿 음악 축제'를 보고자 함이었다. 특히 내가 찾아간 26일은 '진도 씻김굿'과 '진도 만가'가 무대에 올라가는 날이었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지역에서 곰삭은 독특한 문화의 뿌리가 깊다. 4개의 국가지정 문화재를 비롯하여 6개의 지방문화재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은 우리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특히 진도 사람에 의한 공연은 더욱 더 그렇다. 참고로 이런 종류의 공연을 두고 무속 신앙 행위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거기에 뿌리가 닿아 있지만 그로부터 비롯된, 보다 발전시키고 전승해야할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육성 시키고 있음이다. 진도씻김굿은 예술적 요소가 매우 풍부하다. 특히 망자를 위한 굿과 산자를 위한 것이 적절히 섞여 있어 이 시대 힘든 모든 이를 위로하는 성격이 강한, 한바탕 축제와도 같은 것이다. 진도씻김굿 보존회에 의한 이날 공연은 자리한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관객과 함께하는 잔치였다.

2부 순서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진도만가'가 무대에 올랐다. 만가는 상여소리다. 지금은 전국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내 어린 시절 시골 외가에서 한 두 번 본 기억이 있다. 호화로운 상여에 망자를 모시고 유족, 친지와 마을사람들이 함께 상여소리에 맞춰 장지로 가는 행렬은 참으로 슬퍼보였다는 기억이 있다. 반면 진도만가는 상주들의 애끓는 호곡 순서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밝고 흥겹기 까지 하다. 통상 남성중심의 상여소리에 반해 진도만가는 마을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해 함께 소리한다. 그리고 행진하는 가운데 풍악을 울리며, 소리와 형식의 차림표가 다양하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이 다른 지방의 만가와 사뭇 다르다 한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의식을 치르기가 어렵지만 망자에 대한 존경과 남은 자에 대한 위로의 마음 등 좋은 공동체 가치를 지닌 우리의 소중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국악원은 서울과 국립부산국악원,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 그리고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 이렇게 전국에 4곳이 있다. 남도국악원은 규모면에서도 대단하다. 중 극장 규모의 '진악당'을 비롯하여 야외공연장 2곳, '국악연수관'과 특히 2~8인실로 이루어져 150여명까지 수용 가능한 고품격 숙박시설 '사랑채'까지 갖추고 있다. 다도해를 굽어보는 임회면 산자락에 여러 시설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이렇게 풍광 좋은 곳에 자리한 멋진 공간에서 공연 뿐 아니라 학생, 직장인 그리고 교원과 군 장병까지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국악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이곳에서 연구개발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나는 공연을 앞두고 걱정이 되었다. 진도읍내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추모의 깃발만 쓸쓸히 나부끼는 팽목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적막한데 과연 공연에 사람이 올까 하는 우려가 일었다. 에피소드 하나,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읍에서 중식 후 함께 동행 한 일행이 바닷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마실 곳을 찾고자 했으나 나는 국악원 인근해변에도 있겠지 일단 그쪽으로 가보자 했다. 그런데 바닷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시설도, 인가도--- 그러니 사람도 없었다. 이곳저곳을 찾았으나 매 한가지였다. 적막강산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공연에는 제법 사람이 모였다.

울어야 하는 장르를 한바탕 위로와 잔치로 승화시킨 공연이 끝난 후 발아래 펼쳐진 남녘 바다와 섬은 기울어진 햇살에 아름답게 빛난다. 바다를 향해 자리한 국악원 건물은 주변 산세와 조화롭다. 진도의 이곳저곳에 스며있는 우리 소리와 춤이 국악원이라는 공간에 흘러들어오고, 모여, 꽃이 피는 것이다. 이러한 멋진 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토박이 국악인과 경향각지에서 모인 단원들이 함께 진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 진도의 곳곳에 온통 국악 관련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가득하다. 그 중심에 국립남도국악원이 있다. 한마디로 진도 문화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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