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위장 효과 - 우리는 또한 어떠한가?
새들의 위장 효과 - 우리는 또한 어떠한가?
  • 승인 2021.07.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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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비의 경우 양쪽 날개에 굵고 짙은 점이 대칭적으로 찍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은 얼핏 보면 무서운 두 눈으로 보여 포식자에게 겁을 먹게 하는 과시(誇示)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만약 포식자에게 쪼였을 경우에는 날개만 다치고 자신의 몸체는 보호하는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즉 먼저 겁을 주는 공격적인 면도 있지만, 공격을 당했을 경우 부수적인 것은 버리더라도 본질적인 것은 지키려는 방어적인 의도도 갖추고 있습니다.

열대어(熱帶魚)의 경우에도 꼬리 부분에 짙은 점이 있거나 몸통 부분에 짙은 줄무늬를 띠고 태어납니다. 줄무늬는 자신의 모습을 둘레와 비슷하거나 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고, 짙은 점은 앞서 나비의 점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합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모습은 모두 상대방을 속이기 방편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결국 생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습이나 색깔을 둘레의 환경과 비슷하게 꾸밉니다. 모래밭에서 살아가는 새는 털빛이 모래의 색깔과 비슷하고, 밀림에서 살아가는 새는 둘레의 꽃을 닮아 울긋불긋한 털빛을 가지는 것이 바로 그러합니다.

그런데 어떠한 곤충은 태어날 때부터 동물의 똥 모양으로 보이거나 나뭇가지 혹은 돌멩이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포식자들의 시선을 따돌리고 자신을 보존합니다.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변형된 모양으로 태어나는 것을 의태(擬態, mimicry)라 하고, 태어난 뒤에 자신을 다른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위장(僞裝, the stomach and intestines)이라고 합니다.

새들의 습성을 찾다가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Can you spot the bird?(새를 찾을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마른 나뭇잎만 보여줍니다. 제목대로라면 화면 속 숲 어딘가에 ‘새’가 존재한다는 말인데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부러지고 말라버린 나뭇가지와 잎만 보일 뿐입니다. 약 10초 가량 지나면 카메라가 천천히 가운데 부분을 끌어당겨 보여줍니다. 그러면 비로소 거기에 꼼짝도 않고 웅크리고 있는 새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이 새는 몸의 색깔이 둘레의 색깔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몸에 새겨진 무늬조차도 부러진 나뭇가지를 닮아 전혀 거기에 새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위장하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위장술의 주인공은 바로 ‘쏙독새’입니다. 쏙독새는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류인데다 야행성이고 낮에는 주로 어두운 숲속에 숨어 있어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유튜브 영상은 인간 시각능력 개발과 동물 위장술 분석을 목적으로 영국 엑서터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이 공동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엑서터 대학 스티븐스 박사는 “위장색은 주위 환경과 비슷한 색을 불규칙하게 배열해 배경과 융화되도록 하는 것으로 자연 생존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는 전쟁무기, 군복, 도로 표지판 등 현대사회에도 응용되고 있는 중요한 개념으로, 이를 간단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취지로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함께 연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 대학 스포티우드 박사는 “쏙독새는 따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숲 속 특정부분에 알을 숨겨 놓는 것이 특징”이라며 “자연 생태계에서 가장 조심스럽고 정밀한 생존방식을 보여주는 조류이기에 연구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쏙독새는 이러한 위장술을 이용해서 자신을 지키는 한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가오는 먹잇감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도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숨겨서 자신을 지키고, 그러다가 의도를 드러내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쏙독새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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