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코로나 블루일까?
나도 코로나 블루일까?
  • 승인 2021.07.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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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소아청소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나도 코로나 블루일까? 요즘은 진료실에 멍하니 있을 때마다 마스크와 함께 나를 둘러싼 현실과 환경이 아주 무겁게 느껴져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유행 후 감염성 질환의 감소로 외래 환자수의 급감 그리고 힘든 경제 사정으로 인한 출산율의 저하로 아동인구의 감소 게다가 의사들을 보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강제 법안 등으로 의욕저하와 자존감 상실의 문제까지 겹쳐 우울한 감정이 자주 든다.

거기다가 사회적 이슈, 아동학대와 청소년들의 문제, 육아 문제 앞에서 한껏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첫째로 사회공동육아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우리 병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 얼마 전부터 아주 어린 4개월짜리부터 18개월까지 연령대가 낮아진 아기들이 늘어나서, 왜 갑자기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았다. 아동학대사건등으로 즉각분리제도가 생기면서 예전에는 임시보호소에서 다시 부모로 돌아가는 경우기 많았지만 지금은 분리되어 임보소의 자리가 모자라다보니 넘쳐서 넘어보는 아이들 숫자가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상 어린 아기들의 경우 큰애들보다 손도 많이 가고 보육교사의 일이 많아지는데 법정근로시간 제한 등으로 직원을 더 많이 뽑아야하고 예산은 한계가 있다 보니 힘들어진다고, 여러 가지 수를 예상해보고 조건이 만족되면 법이 시행 되어야하는데 현실여건이 받쳐주지를 못해 일선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 온 아이 엄마의 경우 고아원에서 자라 아주 어린나이에 미혼모가 되었고 1년간은 아이를 혼자서 잘 키워 보려고 했는데 여건이 허락지 않아 보호시설에 오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만 18세정도가 되면 사회에 혼자 적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나이에 우리가 무엇을 알았던가. 경제적으로는 자립을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진로를 의논해주고 성급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상담해주고 지지해주는 기관이 필요 하겠구나, 이 아이 엄마도 참 힘들고 외로웠구나.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셈이다. 몸만 큰다고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둘째는 나 하나쯤이야 이정도야!

이게 두 번째 화두이다. 얼마 전 나의 뒤에뒤에 트럭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연속으로 내차를 박은 적이 있다. 다행히 속도가 낮은 곳이라 뒷범퍼는 우그러졌지만 나는 다행히 아픈 곳이 없어 사고 처리만 했다. 상대측에서 아픈 곳이 있으면 병원에 가보라는데 아픈 데가 없기도 했고 일을 그만 둘 수가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진짜 괜찮았으니까. 아프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하지만 아픈 곳이 없다면 치료를 안 하는 게 원칙이고 필요 없이 사회 전체 비용을 올릴 필요가 없다. 내 돈은 아니라도 개개인의 보험료와 연관이 있는 비용이 아니던가. 그런데 일부 한의원들에서 고급 숙박시설을 갖춰놓고 일주일까지는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이용하게 되면 보험사가 지급해야한다는 법을 이용해 아주 간단한 교통사고도 입원을 유도, 교통사고 보험료 지급 비중이 5년 만에 2배로 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몇몇 정형외과도 그런 일을 하는 병원이 있다면 당연히 지탄을 받아야하지만 그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관절도 많이 쓰면 닳고 감정도 너무 많이 쓰면 지치는데 내 돈이 아니면 다 공짜라는 생각이 만연한 사실에 또 한 번 좌절을 느낀다.

셋째 왜 나는 지금 의사를 하고 있을까?

위에서 본 아동즉각분리제도의 문제를 보면서 의료계뿐만이 아니구나. 감정적으로 일단 강제법안부터 만들어놓고 보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 여러 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구나. 수술실내에서 좋지 않은 몇 건의 사고가 있으면 일단 수술실내 CCTV설치를 주장하고(불법 동영상 유출이나 개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은 언급조차 없다) 금고이상 형만 받아도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을 만들자고 한다. 중요한 법일수록 그 법이 가져오는 순기능만을 생각하지 말고 역기능도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최상위 법을 만들기 전에 자정노력이나 다른 좋은 방법들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동화 내용 중에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해님과 바람이 서로 내기를 했고 뜨거운 햇살로 스스로 옷을 벗긴 해님이, 억지로 차가운 바람으로 옷을 벗기려는 바람을 이겼다는 얘기를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태풍으로 맘에 안 드는 것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태도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 동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 같은데 왜 모를까?

물론 내가 도덕적으로 아주 훌륭한 의사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선의를 가진 대부분의 의사를 지탄하는 여러 가지 법과, 무슨 문제만 터지면 짧은 생각 후 만들어지는 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법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따져보고 심사숙고한 뒤, 또 그런 법률이 만들어져 피해를 보는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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