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열올리는 해외 명품, AS는 ‘모르쇠’
판매 열올리는 해외 명품, AS는 ‘모르쇠’
  • 강나리
  • 승인 2021.07.1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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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하자 발생해도 “소비자 탓”
심의기관도 설명 없이 일방 통보
보복심리 따른 활황속 ‘배짱장사’
구찌가죽밸트
A씨가 지난해 11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서 구매해 6개월 가량 착용한 구찌 브랜드의 가죽벨트 제품. 단순 착용만으로 벨트 구멍 두 곳의 가죽이 찢어졌다. A씨는 제품 하자를 주장하며 판매처에 항의했으나, 브랜드 측이 자체 의뢰한 기관의 심의 결과 소비자의 취급 부주의라는 판정을 받았다. 강나리기자

#. 대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1월 대구신세계백화점 구찌 매장에서 71만원짜리 가죽 벨트를 구입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착용한 지 6개월여 만에 벨트 구멍 두 곳의 가죽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문의와 방문 접수로 한 달을 꼬박 기다린 끝에 “고객의 사용감에 의한 손상”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판매한 상품 자체는 문제가 없고, 수선을 해도 복원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40년 전 대학시절 벨트를 아직도 사용하는데 70만원이 넘는 명품 벨트가 불과 6개월만에 찢어지는 게 말이 되냐”며 “단순 착용만으로 가죽이 찢어졌데도 제품 하자 여부를 따져보기는 커녕, 소비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명품 브랜드의 횡포”라고 토로했다.

제품 손상의 원인을 두고 해당 브랜드와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A씨는 구찌 측에 정확한 심의 의뢰를 요청했다. 심의를 담당한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착용 과정에서 물리적 힘에 의해 손상’, ‘소비자 취급 부주의’라고 적힌 분쟁조정의견서를 보내왔다. 전문 심의위원이 몇 명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심의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심의위원과 직접 통화도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민간 소비자 단체다.

A씨는 “어떤 방식으로 심의했는지 구체적인 검증 자료나 설명도 없는 데다, 해당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의뢰한 검사기관인 만큼 심의 결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폭발한 보복소비 심리를 타고 명품업계가 활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상품 판매나 가격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사후관리(AS) 등 소비자 권리 보호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제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제품 하자 발생 시 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로 꼽힌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명품 브랜드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2천769건이다. 구찌, 버버리,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프라다, 롤렉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명으로 조회된 건수로, 관련 소비자 상담은 해마다 700건 이상 접수됐다. 높은 가격와 명성 만큼이나 품질이나 사후관리가 철저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와 달리 ‘쓴 맛’을 보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보통 의류 등 제품 훼손 등 문제가 발견되면 브랜드 본사(제조사 및 수입유통사)에서 우선 상태를 확인한다. 제조사 측 확정을 소비자가 납득하지 않을 경우 제3심의기관에 심사를 의뢰해 원인을 규명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심의기관을 통한 결과 역시 소비자 과실로 판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A씨의 심의 의뢰 건을 담당한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의류 및 장신구 사고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벨트 홀쪽을 50배 확대해서 살펴본 결과, 힘에 의해 당겨지면서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우리는 소비자 단체라서 그 정도만 살펴보는 것이고, 원단 특성 등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시험 연구원에 맡겨야 한다”고 답변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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