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reaction)
리액션(reaction)
  • 승인 2021.07.14 2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좋은 일만 생기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안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좋은 말을 해주고 내가 참 좋다고 한다면 이때 나는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를 향해 나쁜 이야기를 하고, 내가 싫다고 한다면 나는 이내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계획하던 일이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기분 좋아질 것이고, 체한 듯 꽉 막히면 답답해질 것이 분명하다. 기뻐서 눈물 나는 날도 있고, 슬퍼서 눈물 나는 날도 있다. 분해서 눈물 나는 날도 있고, 서러워서 눈물 나는 날도 있다. 우리는 신(神)이 아니라서 발생되는 상황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반응, 즉 리액션을 선택할 수 있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돌아오는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강의하는 나는 항상 같은 사람인데, 그날 강의에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물론 강의하는 필자의 그날 컨디션 차이도 있지만 대체로 강의를 듣는 청중들 반응의 차이가 크다. "반갑습니다. 오늘 강의를 하게 된 김순호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마치면 박수와 함성이 나오는 곳도 있고, 그냥 정적이 흐르는 곳도 있다. 그때 이미 난 그날의 강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대중 강의를 해 오면서 지금까지 최고의 강의를 꼽으라면 필자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모 은행에서 실시한 전국 직원 워크숍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가 큰 교육이라 초빙하는 강사의 수준이 높았다. 지금까지 워크숍에서는 TV에 출연하는 유명 강사를 초대해서 강의를 해 왔다고 하였다. 그런 곳에 필자가 특강 강사로 초대되어 간 것이다. 정말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드디어 강의 날이 되었고, 미리 강의장에 도착해서 강의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는지 모른다. 점심 식사 후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하나둘 강의장으로 들어왔고 강의장에 앉아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필자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저 사람은 누구야? 못 보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유명한 사람 안 불렀는가 보지?"라는 표정이 읽혔다. 물론 나의 괜한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뭔가 이전하고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는 있었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고 수백 명의 사람 앞에 유명하지 않은 본인이 서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을 때 사회자가 나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후 강의장은 난리가 났다. 사회자의 소개도 기가 막히게 멋졌지만 앉아 있는 교육생들의 반응이 최고였다. "강사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잘 생기셨죠?" "네~~" "정말 유명하시고 능력 있는 분이십니다. 어렵게 모셨습니다. 김순호 강사님을 다 같이 한 목소리로 환영하겠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수 백 명이 한 목소리와 같은 동작으로 환영해 주었다. 무슨 사이비 종교단체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나를 환영해 주었다. 사회자의 강사 소개가 끝이 나자마자 "사랑해요 김순호, 우윳빛깔 김순호!" 짝짝 짝짝짝, 짝짜라 작짝 짝짝!!

순간 내 마음에 환한 빛이 들고 자신감이란 칼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날 강의는 정말 멋진 강의가 되었다. 한마디로 날아다녔다. 강의 내내 함성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장 안이 분위기가 좋으니 밖에서 안내하던 스텝들도 모두 강의장으로 들어와 필자의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2시간의 강의가 끝났고, 이후 필자에게 다가와 '사진을 함께 찍자'라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또한 가져간 나의 책을 사려고 줄을 섰고, 직접 사인을 받기 위해 몇십 분을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예인도 아닌데 나와 사진을 찍으려 하고, 내게 사인을 받으려 몇십명이 줄을 선다는 것이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그날의 강의는 정말 좋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었다. 멋진 청중들의 리액션이 그날 김순호를 춤추게 만든 것이다. 리액션을 잘하니 강사도 신났고, 신난 강사 덕에 청중 또한 멋진 강의를 듣게 된 것이다.

바람 많이 부는 날, 누구는 춥다고 방으로 들어가고, 누구는 좋다고 밖으로 나와 연을 날린다. 인생의 차이는 결국 일어난 사건이나 자극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대하는 자세 즉, 리액션의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자. 액션보다 더 중요한 건, 리 액션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