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휘날리는 도쿄올림픽
욱일기 휘날리는 도쿄올림픽
  • 승인 2021.07.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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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지난 주말, 도쿄올림픽 선수촌 소식으로 SNS가 한창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층에 걸었던 '이순신 장군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 선수단은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1597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도 제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도쿄올림픽에 임하는 마음을 다졌다. 일본 측에서 이것을 '반일 메시지'라며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IOC가 한국 측에 철거를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 역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IOC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한국 선수단 거주층의 '이순신 장군 현수막'은 '범 내려온다'로 바뀌어 걸렸다.

문제는 일본 측이 요구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이 철거되었음에도 욱일기는 여전히 도쿄올림픽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하는 이미지로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면서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존 방침대로 욱일기 반입을 허용한다고 한다. 이는 대한체육회의 "IOC와의 협의 결과 이순신 장군 현수막과 욱일기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와는 상충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에 대해 IOC에서는 7월 19일 오전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올림픽의 기원은 '평화'다. 고대 그리스와 스파르타의 오랜 전쟁을 종식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된 올림피아제가 그 시작이었으며, 근대올림픽의 시작 또한 그리스의 올림픽을 기원으로 한다. 오륜기는 다섯 대륙을 의미하고, 승리보다는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스포츠로 세계평화를 증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올림픽에는 '화합'을 해치는 '정치적인 행위'를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은 어떠한가? 주최국인 일본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지도에 독도를 표기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도쿄올림픽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올림픽 개최는 국가의 위상을 높여주는 세계적인 축제이니 자국의 위상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중심이 자국의 위상과 자부심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지도로 타국의 국토를 침해하거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의 사용을 허가함으로써 자국이 일으킨 전쟁을 합리화하는 행위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올림픽 개최국으로의 자질이 의심되는 행동이다. 특히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문양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는 것에 반해, 일본은 현재도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파 혹은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 욱일기가 종종 사용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에 욱일기 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IOC의 태도 또한 문제가 있다.

물론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일간의 갈등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는 있다, 소마히로히사 일본주한대사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구상을 두고 "문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 보듯이 한일 관계는 이미 바닥인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현장에서도 갈등은 시작됐다. 이순신 장군 현수막뿐만 아니라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대한 우리 선수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식자재의 반입을 금지시켰으며 일부 우익단체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쏟아냈다. 이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일본 선수들이 노로바이러스를 핑계로 일본의 식자재를 공수해 왔던 사례와 비추어 보면 말 그대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도쿄올림픽 참가 자체를 보이콧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4년마다 열리는(올해는 코로나로 5년 차에 열린)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흘린 땀을 생각한다면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하자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기는 어렵지만, 혹여 우리 선수단이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돌아온다 해도 아마 그대로 이해할 것 같다. 도쿄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이 사라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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