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공모(公募)가 답이다
[문화칼럼] 공모(公募)가 답이다
  • 승인 2021.07.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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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가 서울로 결정 났다. 이 결정은 설득력이 떨어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발표한지 보름이상 지났지만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염원을 가진 미술계의 불만,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고자 의지를 보인 많은 지자체의 거센 반발 역시 아직 숙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장소 선정의 주체와 이유 둘 다 편협하고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의 문화향유, 이 가치를 가장 중심에 두었다.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로 결정 했다. 그리고 지방 발전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게 국익, 즉 국가 전체의 이익이다. 국민 전체가 가장 많이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말은 듣기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방에 건립하면 국익에 배치된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라면 모든 것이 서울로 가야 된다는 말과 같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이와 연계된 혁신도시 사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건희 기증관 관련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세종시, 유관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은 나주시 그리고 국회는 서울에 있지 않은가? 왜 비효율적일 것 같은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 즉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연구와 보존관리였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경험과 인력이 필요하다. 기증품을 통합적으로 관리·조사·연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하다. 문화 분권의 가치가 중요하고 소중하다면 거기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함이 옳다고 본다. 지금 현재 시스템의 효율성만 보아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셋째, "장소 선정을 위한 공모를 했다면 행정력, 예산 낭비 그리고 공모에 의해 탈락이 결정 되었을 때 허탈감이 더 클 것이다." 참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도전해서 실력을 겨루어 볼 기회도 가지지 못한 것과 공정한 경쟁에 의한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것을 받아들이기 나을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빌바오 효과는 특별한 작품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 도시 재생의 효과다. (반면) 지방의 향유권은 거점 국립 미술관, 박물관과 연계해 순회 전시를 통해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는 얘기는 서로 모순된다. 빌바오 효과를 설명한 내용대로 인정한다면 단순히 걸작을 가져와 이미 조성된 공간에서 가지는 순회전시로는 지방에서 원하는 지역혁신,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지방의 유치 과열 현상에 대하여 현재 있는 미술관에 대한 지원의 진정성 부재, 이건희 기증관을 유치하기만 하면 저절로 문화도시가 될 것이라 믿는 한건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역시 지방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지역의 자산과 이건희 기증관의 시너지를 생각할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도시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따라서 간절히 유치를 희망하는 것이다.

광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그 규모와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국립국악원은 서울 외에도 부산, 남원 그리고 진도 이렇게 4곳에 있다. 부산, 남원과 비교해 진도의 입지는 많이 다르다. 인적이 드문 진도의 가장 남쪽 바닷가 산자락에 위치한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진도 토박이 국악인과 경향 각지에서 모인 단원들이 함께 진도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음을 직접 보고 왔다. 이런 국립 시설이 지방에 필요하다. 이것을 중심으로 도시가 바뀐다.

앞서 말 한 대로 서울 중심 시각만으로는 균형 있는 우리의 미래모습을 그릴 수 없다. 지금 결정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공모에 의해 이건희 기증관의 입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이 아니면 많은 이해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미술계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에 대한 염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와 현대를 잇는 다리, 근대가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는 논리가 강하다. 세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의 시대를 망라해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기증관은 미술관으로서 정체성이 약하다. 공모에 의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짓고, 거기에 이건희 컬렉션을 담는 것이 모두의 염원을 충족시키는 것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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