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자살에 대하여
[신간]자살에 대하여
  • 석지윤
  • 승인 2021.07.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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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자살에 관한 고찰
자살을 둘러싼 언어 태도 분석
유서들 통해 자살 이유 유형화
자살에대하여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 돌베개/ 180쪽

그동안 금기시되던 주제인 ‘우울증’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사적·공적 담론의 장으로 나온 것처럼 ‘자살’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국가다.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의 죽음부터 ‘사회적 타살’의 사례로 신문 사회면에 제시되는 죽음과 ‘극단적 선택’이라고 모호하게 처리된 죽음, 그리고 이웃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죽음까지, 자살은 도처에 만연하다. 우울증이나 좌절, 또는 신체적 고통이나 생활고로 인한 죽음,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회적 불합리함에 항의하는 죽음,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죽음까지, 그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들, 자살한 가족과 친구를 둔 사람들까지 감안한다면, 자살이라는 말과 자살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일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살을 일상적 화제로 올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것은 검색되어선 안 되는 것이며, 정신과 의사와 자살 상담전화 상담사와의 대화에 국한되어야 한다. 자살은 비도덕적이거나 끔찍하거나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침묵한다.

책은 자살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형식, 즉 심리학·정신의학적이거나 사회학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실존적으로 분석한다. 1장이 일상에서 자살을 둘러싼 사람들의 언어와 태도를 들여다본다면, 2장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자살과 관련된 일련의 상식들을 논리적으로 차례차례 격파해나간다. ‘사람은 왜 자살을 하는가’라는 문제를 탐구하면서 여러 자살 유서들을 통해 자살의 이유를 유형화하는 3장을 지나면, 4장은 이유 없이 죽음 그 자체를 위해 선택된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자살을 둘러싼 어휘를 넓히고, 그 현상을 기술하고 이해할 더 많은 단어를 찾으며, 공허하고 진부한 말보다는 공감으로 자살을 대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했다. 우리는 책으로부터, 자살에 대한 더 많은 말들, 더 다양하고 섬세한 언어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석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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