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결혼의 가치
진정한 결혼의 가치
  • 승인 2021.07.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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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이노크 아든> 은 1864년 에 발표한 사랑의 대서사시다. 줄거리는 영국의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에 이노크 아든과 필립이라는 두 청년과 애니라는 처녀가 살았다. 소꿉친구로 유년기를 보낸 세 동무가 성장하여 힘센 이노크 아든과 애니가 결혼을 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필립은 마음속으로만 애니의 사랑을 간직했다. 어느날, 이노크는 무역선을 타게 되고, 조난을 당하게 된다. 애니는 세 아이를 키우며 너무 힘들어 필립의 도움을 받게 되고, 필립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노크처럼 사랑할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으나, 필립은 이노크처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노크 다음으로 사랑해 달라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이노크가 10년후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이노크는 자신의 아이들과 애니가 필립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뒤돌아선다. 숨어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행복과 사랑을 기도하며 마침내 죽는 슬픈 엔딩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위대한 사랑이 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많다. 사랑의 진정성보다 물질과 조건이 우선이 된 현대인들에게 이노크 아든과 같은 희생적인 사랑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라는 광고카피에 익숙한 청년들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라는 노래를 Ÿ슷떳이노크 아든의 사랑을 부정할 지도 모른다. 또는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교양과 지성을 갖춘 부모들도 자식들의 혼사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판단의 오류를 범하기 일쑤다. 거기에다 경제적 부까지 갖추면, 상대에게 더욱 완벽한 조건을 요구하려 든다. 사돈의 학벌과 문화수준, 경제력까지 비슷하길 바란다. 결혼의 진정한 가치기준이 퇴색되어 가는 시대다.

비슷한 연배의 모임에서는 자녀의 혼사가 줄을 이을 시기가 있다. 한 달에 서 너 건의 청첩장이 날아오기도 한다. 사위나 며느리를 잘 봤다며 크게 한턱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때 잘 봤다는 의미를 잘 살펴봐야 한다. 세속적으로 의사 약사 교수 변호사 등 소위 '사'자 달린 사위나 며느리를 보면 모두 박수를 쳐주고 거창하게 한 턱을 쏜다. 이런 혼사의 주인공은 자녀라기보다는 부모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은 듯 의기양양하다.
자녀 혼사 시기가 몇 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시기가 온다. 떠들썩하게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했던 주인공들이 이혼을 하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는 경우다. 부모는 딸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게 안쓰러워 할매 할배 육아를 떠맡는다. 육아에 지쳐 노인이 되어가는 친구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상의 주인공은 결혼할 두 남녀다. 부모의 경제력이 그들을 평생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만큼 허망한 게 있을까. 성실하고 실력 있는 청년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에만 눈이 어두워 무조건적인 현실을 선택하는 실책을 범한다. 연봉이 적고 집이 전세라는 이유로 사랑은 하지만 결혼은 포기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현재 세대는 기성세대의 거울이다. 요즘 세대들의 이런 결혼 형태는 부모의 탓이 크다. 진정으로 자녀의 행복을 원한다면 잠시 멈추어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조건이 다가 아니야' 라던가 '진정한 사랑을 봐'라고 훈수 둘 수도 없다. 그러기엔 우리 모두가 물질의 그물에 너무 깊이 갇혀버린 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정호승 시인의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 구절을 음미해본다.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가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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