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고열환자에 감기약만 제공한 청해부대
최초 고열환자에 감기약만 제공한 청해부대
  • 조재천
  • 승인 2021.07.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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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시스템 감염 전파 예견”
지휘 보고 체계 등 감사 착수
우리나라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 올랐던 장병 301명 중 271명(9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박은 밀폐된 구조에다 공조 시설이 모두 연결돼 있어 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삽시간에 감염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게다가 청해부대가 출항한 2월 당시 국내에 공급된 백신이 없던 상황이라 속수무책으로 감염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방역 허점으로 지적된다.

22일 국방부에 따르면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대상으로 이뤄진 전수 검사에서 장병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 확진자는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이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 받은 검사에서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부대 장병 301명 가운데 확진자는 271명으로 늘어나 확진자 비율은 90.0%로 올랐다.

이번 사태는 국내와 해외 사례를 비춰 봤을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2월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비롯해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84명 중 33명이 감염된 사례도 있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선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 특성상 하나의 공조 시스템이 가동돼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격실에 격리하더라도 공조 시스템 문제로 감염이 전파될 수밖에 없다”면서 “부대원의 90%가 감염된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아프리카 해역 인접국에 기항했다. 당시 군수품 적재를 위해 육상에 내린 10여 명과 문무대왕함에 승선한 도선사, 적재한 식료품 자재 등이 감염 경로로 꼽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고열 증상을 보인 최초 감기 환자에게 감기약만 처방하는 등 함내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해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합동참모본부,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본부, 국방부 관련 부서, 국군의무사령부 등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감사에서 초기 대응의 적절성, 지휘 보고 체계와 방역 지침 이행 등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진자 격리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시설을 대상으로 공조 시스템이 원칙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송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병상 배정 원칙을 보면 외기 100%로 급기하는 전배기 방식이어야 한다.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이 같은 방식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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