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과 백신 대란
K-방역과 백신 대란
  • 승인 2021.07.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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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7월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19가 시간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수도권에서 촉발된 확진자의 증가가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전국에 걸쳐 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델타형 변이 확산이 더해진 4차 유행으로 질병관리청장은 “상황이 더 악화하면 2천명 이상의 환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고 비수도권 지역도 상황에 따라 단계로 격상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55~59세의 백신 접종 예약 사태에서 발생한 백신 대란은 국민을 더욱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12일에서 17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55~59세 백신 접종 예약은 백신 물량이 바닥나 불과 15시간 30분 만에 조기 마감되는 사태가 벌어져 신청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방역 당국은 7월17일까지 예약을 접수하고 8월 7일까지는 55~59세 대상자 전체를 접종하겠다고 예고하면서도 백신 물량 미확보에 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전에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도 않고 352만명에 달하는 접종대상자들에게 예약 공고를 한 것으로, 국민을 우롱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14일 오후 8시부터 다시 만 55~59세 연령층에 대한 백신 사전 예약을 재개하였지만, 이번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되어 한여름 더위에 지친 국민을 재차 허탈하게 만들었다. 19일부터는 53~54세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예약을 접수하였지만, 이번에도 시스템 먹통 사태가 발생하며 방역 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몇 시간 넘게 접속해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지친다’등의 항의 댓글로 도배되는 등 이번 백신 접종 예약은 먹통으로 시작해 대란으로 끝났다는 시중의 비아냥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정부가 4차 대유행과 백신 접종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백신 예약 대란과 관련하여 국무총리, 집권당 대표, 질병관리청장이 연일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처럼 ‘백신 대란’의 근본 원인과 앞으로의 백신 조달 일정에 대해서 정부의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방에 선 질병관리청장도 백신 회사와도 비밀 준수 협정을 이유로 구체적 백신 수급 일정에는 함구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각 나라에서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고 제약회사의 사정에 따라 계약된 물량의 적기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물량 확보가 지연될 경우, 최소한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할 일이다. 2020년 12월 대통령은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정부는 4천400만명의 백신 물량을 확보하였으며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이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모 의원은 ‘코로나19 백신 4천400만명 접종 물량 확보’라는 현수막을 자신의 지역구에 개재하기도 하였다. 그중 백미는 2021년 1월 국회에서 당시 총리가 백신 확보물량에 대해서 질의하는 야당 의원에게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라. 남의 나라가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라며 면박을 주는 등 백신 수급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자신감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정부는 1억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여 9월 말까지 국민 70% 접종으로 11월에는 전 국민 집단면역이 가능함을 공언하였지만, 현실은 7월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 마저 32.8%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 여당은 “K-방역이 국격을 높이고 있다.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가 찬사” 라며 국정 성과로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K-방역이 위기에 봉착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대안이 나올 수 있으며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백신 접종이며 정부는 한시라도 총력을 기울여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

미 CBS 뉴스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99.7%가 백신 미접종자이며 절반 이상이 델타 변이 사례” 라는 보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무너진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전 국민의 자발적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동참 등 국민의 희생과 인내를 발판 삼아 코로나19 1~3차 유행을 극복하였다.

성공적인 K-방역의 이면에는 국민의 협조와 고통이 있었으며 국민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정부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4차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부, 여당은 깊이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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