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백신 수급상황에 솔직해져야 한다
정부는 백신 수급상황에 솔직해져야 한다
  • 승인 2021.07.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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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우리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때면 흔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작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 6개월을 지나오면서 이제나 저제나 끝이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부의 방역지침에 적극 호응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거의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심정이 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발병이후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질병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전염성을 이유로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을 통해 각종 시설의 영업시간 제한과 일정한 수 이상의 사람들 모임 자체를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를 K-방역이라 하면서 이를 통해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에 자랑스럽게 홍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 일변도의 방역대책에 치중한 나머지 백신 확보의 타이밍을 놓침으로 인하여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라는 괴질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펜데믹 상태에 빠뜨렸고, 끊임없이 전염성이 더 강한 변이가 발생하는 등 가히 금세기 지구촌 최대의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발병 초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우리 정부의 태도는 점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되돌아보면 코로나가 처음 발병하고, 이 지역에서 특정 종교단체와 인근 지자체의 요양병원에서 대규모의 환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무총리를 대책본부장으로 하여 현지에서 진두지휘를 하였고,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방역에 임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신뢰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 후 정부는 매번 앵무새와 같이 ‘이번이 코로나가 확산 또는 통제되는 중요기로’라고 하면서 계속 2주간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통제 중심의 대책만을 추진한 것이 벌써 1년 6개월이 넘어서고, 정부의 방역대책수립에 있어서도 방역전문가들 보다는 정부 관료들에 의해 좌우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극복은 일부 돌파감염이 있다고 하여도 백신접종만이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통제 위주의 K-방역에 치중하여 백신 확보에 실기(失期)를 하였고, 부랴부랴 어렵게 확보한 백신에 대해서도 수급 상황에 따라 갑자기 접종 백신의 종류가 달라지고, 어느 순간 교차접종이 돌파감염에 더 우수하다는 등 백신 접종의 효능에 대한 설명이 달라지는 등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선호하는 백신이 생겼고, 이는 결국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생계의 존폐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도입된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백신접종자들에 대한 방역 완화 신호를 내놓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지난 6월 중순 1차 접종 인구가 14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정부가 정한 접종 목표의 조기 달성을 계기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정책은 방역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곧바로 코로나 확진자의 폭증을 가져와 최근 4차 대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즉 정부가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할 시점에 이미 전염력이 강한 델타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음에도, 정부는 아직 유입 초기이므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거리두기 개편과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는 예정대로 진행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방역 완화 시행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지난 9일 ‘네 번째 유행에 진입했다’며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하였다. 그러나 수도권의 4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비수도권으로까지 풍선효과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게 되었고 결국 27일 부터 대부분의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는 등 전국이 3단계 이상의 통제 모드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도 방역과 백신 관련 동향을 알 만큼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접종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도록 백신 수급상황에 대해 좀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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