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활쏘기와 ‘애자일 경영’
[박명호 경영칼럼] 활쏘기와 ‘애자일 경영’
  • 승인 2021.08.01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2관왕을 차지했던 우리 고장 출신 장혜진 선수를 만난 적이 있다. ‘도깨비 바람’속에서 과녁에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한 발 한 발에 혼신의 힘을 실어서 쐈습니다” 장 선수의 대답은 단순했다. 하지만 말이 쉬워 혼신의 노력이지 그것만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어느 선수인들 최선을 다하지 않았겠는가. 막강한 경쟁자들을 모두 꺾고 장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람을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을 이기려면 바람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다가 정진명 선생이 ‘우리 활 이야기’에서 강조한대로 몸과 정신이 한 덩이로 움직여야 한다. 리우에서‘도깨비 바람’을 극복했던 장혜진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는 해설위원으로 나서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진심이 담긴 해설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가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라는 신화를 달성하였고,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도 탄생했다.

양궁과는 달리 우리 활 국궁은 사대와 과녁 사이가 멀다. 화살이 과녁에 이를 때까지 145미터를 곡선 비행한다. 따라서 국궁의 ‘쏜살’이 양궁의 화살보다 바람의 영향을 더 오래 그리고 더 많이 받는다. 어떤 활을 쏘든 활과 화살의 상태는 물론이고 활을 쏘는 사수의 몸자세와 정신력 그리고 바람의 상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사수의 자세나 체력, 그리고 정신력은 훈련을 통해 단련될 수 있다. 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활을 쏘는 한 바람을 통제할 수는 없다. 결국 훌륭한 활쏘기는 ‘쏜살’이 과녁에 도달할 때까지 맞닥뜨리게 되는 바람을 이겨내는데 달려있다.

기업도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기업들은 지난 5년 동안 이전 50년 동안 경험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바람을 이겨낸 기업들만 살아남았다. 한 때 잘 나갔던 기업들도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했다. 대우, 쌍용, 동아 그룹이 그랬다. 1975년 국내 기업 매출 1위였던 대한항공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앞으로 5년 동안은 더 큰 광풍이 불 것이다. 그것은 전혀 생소한‘도깨비 바람’일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바이오, 자동화 기술이 산업계에 불고 있는 큰 바람이다. 로봇은 인간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해서 이미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기술)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점령했다.

기업이 이전과 전혀 다른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려면 변화무쌍한 바람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민성 또는 민첩성을 뜻하는 ‘애자일’(agile)이 바로 새로운 게임이 된 세상이다. ‘애자일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기업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다. 경영 사상가 스티븐 데닝은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에서 ‘애자일 경영’을 강조한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 포커스, 유연성이 핵심요소다. 작은 팀, 고객 최우선과 네트워크로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하여 빠른 의사결정과 피드백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패러다임이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단기간에 성공한 기업들이 숱하다. 창업한지 몇 년도 안 되어 세계기업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도 많다. 이들은 모두 변화의 바람을 잘 알고 그것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요즈음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회장의 성공스토리가 화제다. 대학 졸업 후 짧은 기간 삼성에 재직했던 그가 창업 20년 만에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고 한다. 아마도‘애자일 경영’덕분일 것이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족 같은 회사’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자일 경영’은 실력과 능력을 중시하는 수평적 연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기업은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란 말로 ‘애자일’조직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이나 근무기간, 경험, 끈끈한 유대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프로야구에서 나이나 연차 순으로 에이스가 되지 않듯이, 기업도 프로스포츠 팀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궁의 활쏘기는 몸과 마음의 수양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활터의 예법이 매우 엄격하다. 그게‘궁도9계훈’이다. 그 중에 정심정기(正心正己)가 있다.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또 활 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집궁8원칙’이 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살피는 후관풍세(後觀風勢), 화살이 적중하지 않을 때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반구제기(反求諸己)도 있다. 변화의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활쏘기의 귀중한 가르침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