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청 설립에 관한 단상
관광청 설립에 관한 단상
  • 승인 2021.08.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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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간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흔히 관광산업을‘보이지 않는 무역,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부른다. 이는 관광산업만큼 고용과 소득 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을 찾기 어려우며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도 흔치 않다는 의미로 국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지대하다. 2019년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세계 200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10개의 일자리 중 최소 1개는 관광산업과 연관되어 있으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주목하고 있으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국민복지 중심의 관광정책을 펼치는 등 경쟁력을 갖춘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국제관광경쟁력 국가별 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 순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가 선진국으로, 관광산업이 개발도상국의 기간 산업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또한, 2019년 1천75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여 세계 16위의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는 머지않아 2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시대를 예고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며 향후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19는 관광산업에도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2021년 유럽여행위원회(ETC)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친환경 생태관광, 지속 가능 관광 등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AI,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 비대면·디지털의 전환 등 새로운 가치의 관광모델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관광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관광청의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관광 대국을 추구하는 세계의 주요 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의 주요 부처로 관광부나 관광청을 설립하여 국가의 관광산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유기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를 이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각에 관광부를 별도로 두어 관광 행정을 총괄하며 관광산업을 국가의 기간 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일본 또한 지난 2008년 관광 대국을 기치로 관광청을 설립하여 2018년에 약 3천2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며 관광산업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도 최근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힘을 기울이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의 행정 체계로는 상당한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처럼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복합적 부서 조직으로는 관광 분야의 전문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우며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관광 분야를 전담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 조직으로의 관광청 설립이 요구되며 이를 통하여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 간 협업 및 정책 지원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부재는 관광공사, 관광협회, 각 지자체 간 경쟁적으로 설립된 지방의 관광기구처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중복되고 지역 간 경쟁 및 과잉 투자로 이어져 효율적인 관광정책을 펼치기에 한계점이 있다. 관광청을 통하여 기존 조직과의 협업체제를 유지하고 민간협력을 확대하여 관광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컨트롤 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관광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관광청 신설에 관한 논의는 과거에도 정계, 학계,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한 강지원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관광청 신설이 논의된 바 있으며 2015년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 2017년에는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등 산업계에서도‘관광청’의 신설을 촉구하였다. 2020년 김석기 의원은 관광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며 최근에는 2021년 6월 국회에서 이상민 의원 주최로‘관광청’설립추진을 위한 포럼이 개최되고 학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관광청 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관광청 설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관광청 설립에 관한 당위성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으며 이제 관광청을 신설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독립적이며 전문화된 관광청 설립 없이 구호로만 관광 대국을 지향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관광청의 설립이 한국의 관광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정책당국의 전향적인 검토와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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