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에 부친다
정치의 계절에 부친다
  • 승인 2021.08.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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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선 본선이 아닌데도 대구 중심가에 ‘이낙연 후보자를 사랑합니다’ 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낙연 지지자라는 이름으로. 1등 후보자가 되기 위해 머리를 짠 일이지만 야당도시 대구에까지 생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민주당내 대선 예비후보자간 내홍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재명후보자는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여론조사에서는 1등이지만 자질 검증 등에서 밀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코로나시절이지만 정치는 역시 뜨겁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지만 정치인의 속성은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헌법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권력을 갖는 수단은 잠시 선거 때 뿐이다. 어떤 경우든 선거에 의해 권력을 쥐게 된 정치인은 겉으로는 국민의 대표자이지만 그 속은 다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다 그렇다. 헌법·법률이 있지만 통치자나 권력집단은 편의주의 정치를 도모한다. 심하면 독재가 된다. 국회가 대통령의 눈치를 봐 가면서 법률을 만들고 뜯어고치는 일을 밥 먹듯 한다. 국민들은 그 실상을 모른다. 정치가 정책의 이름으로 호도되어 집단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을 자주 본다. 조삼모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들이다. 정치와 국민들의 선량한 관계를 PR이라고 하지만 권력자는 정책의 잘못을 선전의 방식으로 덮는다.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지만 정치의 계절이 빨리 온 듯하다. 민주당은 정권의 연장을 위해, 야당은 정권을 뺏기 위해 혼신의 투쟁을 한다. 그 가운데 국민이 있고 정권의 향방은 결국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민주당에서는 1차 관문을 통과한 6명의 예비후보자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후보자간 흠을 잡기 위해 밑바닥을 훑고 특히 여론조사에서 1·2등 후보자의 신경전은 대단하다. 예비후보자가 난립한 국민의힘은 좀 다른 양상이다. 청년 당대표가 들어선 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조금씩 금이 보인다. 집단 내 정치인들 간의 파벌게임도 심심찮다. 이준석 당대표가 말하는 대선버스에 탈 사람은 거의 다 탄 것 같다.

야권 지지도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운전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승차하는 바람에 당대표의 마음이 좀 서운했던 것 같다. 버스에 탄 후보자들을 대동하여 대선주자 봉사활동을 하고 간담회를 여는 곳에 상위 지지도를 달리는 후보자 몇몇이 빠진 것에 당대표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의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준석 당 대표는 당내에 들어 온 대선 예비후보자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관리아래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를 결정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편 지지도 1위라는 무기로 윤석열 후보자는 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정치적 행보를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정권쟁취를 내 걸고 있지만 정치집단의 구성원인 정치인은 또 다른 정치적 욕심이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를 연상하면서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을 비추고 있지만 높고 낮은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당 대 당 합당을 원하는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에서 후보자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고질적인 당내 파벌의 움직임을 어떻게 잠재워야 할지 고민도 해야 한다. 국민의힘 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집권 여당에 앞서려면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선명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큰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같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오로지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국민들의 욕구와 주장에만 의지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정권을 바꿀 수 있는 정치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심하고 탐색해야만 한다. 이준석 당대표는 자신의 관리 하에 대선후보자를 내겠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중도적 입장에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후보자들도 당의 방침에 순응하는 것이 옳다. 대선 승리를 지향하는 여·야 정치권에 당부한다. 지루하고 질 낮은 정치싸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페어플레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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