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불신 조장하는 막말
사법 불신 조장하는 막말
  • 승인 2021.08.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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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과 동일하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소된 15가지의 혐의 중 총 12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고, 자녀 입시 관련 소위 ‘7대 입시 스펙’을 모두 허위이고 유죄로 판결되었다.

판결 후 조 전 장관은 ‘가족으로 참으로 고통스럽다, 위법수집 증거능력 인정 등은 문제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는 ‘징역 4년을 유지한 항소심 결과는 형량을 먼저 정해놓고 내용을 끼워 맞췄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라고 말하였다.

조 전 장관은 정교수의 배우자이자 본인 재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는 입장이므로 재판 결과 및 재판부에 대하여 어떤 강도 높은 비판을 하여도 이해가 가고 또 법리적인 관점에서 재판의 부당함을 지적하므로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후보자의 ‘형량을 먼저 정해놓고 내용을 끼워 맞추기 재판을 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은 장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국가 사법 시스템을 불신한다’는 취지의 발언과 거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매우 과격한 진보인사인 같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주민은 ‘판결은 존중을 해야겠지만 결국 판사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감각 있게 증거나 증언이 검토됐는지는 따져 볼 필요는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정도 아쉬움이 많다’라고 매우 신중한 태도로 판결을 비판한 것에 비하면 이후보자의 발언은 너무나도 단정적이고 과격하며 대통령 예비후보자이자 총리를 역임한 자의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이다.

만일 이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대통령의 인식이 ‘법원 판사들이 유무죄에 상관없이 일단 형량을 정하고 판결 결과를 끼워 맞추기식 재판을 한다’는 정도라면 대통령이 사법 불신을 주도하고 그렇게 되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 더욱더 사법 불신 여론이 팽배하게 될 수 있고, 권리 구제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재판 불신의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남이 세워 주는 것이 아니고 사법부 스스로 세워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사법부의 노력만으로 그 권위가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책임 있는 국가 기관 및 공인들이 사법부를 존중하고 그 문제점에 대하여는 법률적인 관점에서의 판결 비판 및 입법 활동 등을 통하여 개선을 시도하여야 하며, 법조인 스스로도 법원의 권위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가족 측 정철승 변호사가 “법원이 ‘정경심 무죄’ 식으로 검찰을 문 닫게 만드는 판결은 도저히 내릴 수 없다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징역 4년이 말이 되나? 조국이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말하였다니 그 분이 진정한 법조인인가 라는 의심이 든다. 재판에 대한 법조인의 발언은 일반인에 비하여 더욱 더 호소력이 있다. 그런데 변호사가 마치 정교수 사건은 무죄이지만 무죄를 선고하면 검찰조직은 걸레 조각처럼 될 것이므로 법원이 하는 수 없이 유죄를 인정하였다, 무죄를 선고하면 조국이 정치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법원이 두려워 유죄를 선고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지금 시대에도 명백한 무죄 사건이 정치적인 이유로 판사들이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므로 법조인이 앞장서서 사법 불신을 부추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발언이다.

야권 대선후보 윤석열과 최재형의 일부 발언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이들이 검찰총장, 감사원장이 아니고 장래에 국가를 이끌고 갈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더 큰 파장과 비난이 따르는 것이다.

공적인 인물은 자신의 인기와 걸맞게 그만큼 책임도 따르게 된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세상에서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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