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정말 좋은 팀’이 되려면
[박명호 경영칼럼] ‘정말 좋은 팀’이 되려면
  • 승인 2021.08.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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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 8일 폐막된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우리나라는 10위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16위에 머물렀으나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4위만 무려 12번을 기록했다. 4위를 가장 많이 기록한 미국, 러시아, 영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이 부문에서도 4위였다. 그러나 같은 4위라도 경기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다. ‘감동적인 4위’ ‘아름다운 4위’ ‘그래도 잘한 4위’ ‘무기력한 4위’등 팬들의 판단이 극에서 극을 달린다.

가장 ‘감동적인 4위’로 평가된 한국여자배구팀은 큰 박수를 받았다. 당초 목표인 8강 진출을 초과 달성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 상호 배려로 강호 일본과 터키를 연이어 격파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결과다. 선수단의 귀국현장에는 많은 팬들이 나와 열렬히 환영했고, 4강 신화로 불리며 후원과 지지가 잇달았다. 대통령도 “우리 여자 배구 선수들이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며 격려했다. 메달 획득은 실패했지만 캡틴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팀 전체가 하나로 뭉친 힘을 보여주었다.

반면 같은 4위를 차지한 야구대표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탓에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며 ‘불량 팀’으로 낙인 찍혔다. 무기력한 경기운영과 일부 선수들의 마땅찮은 태도에 팬들이 크게 실망한 결과다. 이들의 귀국 분위기는 싸늘했고 인신공격성 비방까지 나왔다. 특히 개막 전 몇몇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다시 소환되면서 선수들의 정신력과 자세에 따가운 질책이 쏟아졌다. 한국 야구가 위기라며 선수들과 지도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구팀과 야구팀의 성과에 대한 팬들의 평가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것은 팀을 이끈 지도자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팀워크의 차이 때문이다. 경기에서는 지도자의 전략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며, 팀의 성과는 팀워크에서 결정 난다. 국가대표선수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해 플레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팀워크가 고장 나면 당연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팀워크는 팀 구성원들 간의 협력과 신뢰, 그리고 소통이 필수다.

스포츠 팀뿐만 아니라 어떤 훌륭한 조직에서도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훌륭한 팀일수록 함께 힘을 모아 극한의 과제들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격려하며 일체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팀원들이 신뢰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을 때, 협동심은 더욱 발휘되고 어떤 어려움도 돌파하게 된다. 요컨대, 팀워크의 기본이 지켜질 때 팀이 능률적으로 작동되고 나아가 조직 전체의 목적도 달성될 수 있다.

팀 제도는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채용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종전의 부·과 제도에서 팀장 중심의 팀 조직으로 바꾼 지 오래되었고, 행정조직에서도 팀 제도를 도입했다. 부·과 제도의 단점인 관리계층을 축소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경험이나 기술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유연조직으로 팀제도가 인식되면서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팀도 잘 못 운영되면 장점 못지않게 단점이 크게 나타난다. 팀 간의 갈등, 팀워크에 필요한 인화 저해, 개인주의 확산, 감독·통제의 곤란, 성과 보상에 대한 적절한 기준의 부재, 팀 내의 운영 문제 등이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에서 신뢰의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의 결핍, 책임의 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팀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지애며 협력으로 성취한 경험이다. 그리고 자신의 필요보다 기꺼이 구성원들의 필요를 우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원팀’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대통령도 한국여자배구팀을 칭찬하며 “원팀의 힘으로 세계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섰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대표는“당이 원팀이 돼서 국민의 신임을 얻어서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팀’이란 실상 정의가 불분명한 개념이다. 아마도 모든 구성원들이 팀 리더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하게 팀워크를 발휘하는 ‘좋은 팀’이란 뜻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도 ‘좋은 팀’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복잡한 각종 규제들을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정말 좋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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