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정권교체의 희망 훅 날려버릴 참인가
국민의 힘, 정권교체의 희망 훅 날려버릴 참인가
  • 승인 2021.08.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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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4·7 서울·부산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18% 앞서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문재인정권의 공정이 허물어진 ‘내로남불’에 대한 정권교체의 열기가 높아서였다. 거기다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원 등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5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국힘 이준석 대표는 “지금 대통령선거를 하면 여당에 5%포인트로 진다”고 남의 말 하듯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떨어진 책임은 이 대표 말고 누구란 말인가.

‘30대 영선’으로 제1야당의 당 대표. 국민의 기대를 한껏 받았건만 2개월도 채 안 되어 구태의연한 정치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는 토론보다도 더 중요한 게 협의와 절차다. 더구나 이 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인 지난 3월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구를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당 대표가 될 것이고,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정치신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된 후 처신에 더더욱 신중해야 옳다.

그런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여야 할 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윤석열 후보 깎아내리기에 열중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자기편을 후보로 만들려는 속셈이 아니냐?하는 의혹이 깊어간다. 대선후보 진영과 협의도 없이 행사를 열지 않나, 토론회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질 않나. 그 주 타킷은 윤석열 후보다. 행사 불참을 공개하고 비난하는가 하면 윤 후보와의 통화 녹취록 공개로 시끌벅적하다. 더 큰 문제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후보 간 통화에서 “윤을 곧 정리한다” 는 의미다. 국힘은 불신의 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참 한심한 것은 대선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인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열면 윤 후보 비판만 수두룩할 뿐 40건도 넘는 글 중에 정작 집권당에 대한 비판은 찾기 어렵다.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민생이 허덕이는데 여기에 대한 메시지가 없다. 북한 김여정의 담화로 한·미 연합훈련이 갈팡질팡하는 데도 왜 질타하지 않았을까?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언론중재법의 여당 단독처리 가능성에도 묵묵부답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여당과의 싸움에 대표가 없다”라는 말이 새어 나올까?

이게 대선을 관리하는 당 대표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도대체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인지, 자기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헷갈린다. 당 경선준비위원회도 그렇다. 대선후보 진영과 협의도 없이 1주일 후 대선후보 토론회를 연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최고위에서 가까스로 취소는 했지만, 윤 후보가 입을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생각으로는 일정을 촉박하게 해서 토론회를 열면 준비가 덜 된 윤 후보가 불리하다는 계산에서였을까?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게다가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와 통합도 거의 무망해 보인다. 야권단일화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중에는 “이러다 ‘정권교체’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예측이 고개를 든다.

윤 후보보다 이 대표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동물의 왕국’으로 희화화하는 진풍경을 연출해서야 될 말인가. 이 대표는 SNS에 “예비후보 토론회는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이 “돌고래와 멸치, 고등어는 성장 조건이 다르다”며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다른 주자들을 멸치와 고등어에 비유한 것을 인용하며 반박한 것이다. 그렇다고 당 대표가 정 의원을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지칭하는 것은 지나치다.

점입가경인 것은 홍준표 후보도 “이봐라” 하듯 윤 후보 지지 의원들을 향해 “돌고래를 따르는 레밍(쥐과의 집단행동을 하는 작은 동물) 같다”고 했고, 원희룡 후보 측 역시 “윤 전 총장의 공정은 ‘동물의 왕국’ 공정이냐”고 가세했다. 정의원의 비유가 적절치 못했다 하더라도 이 말 한마디에 벌떼 같이 덤비는 ‘동물의 왕국’에서 ‘정권 교체’란 말은 가당찮다. 이러다가는 국민의힘이 ‘동물의힘’이 될까 걱정이다.

지금이 알량한 당내 권력다툼만 할 때인가. 상대는 집권여당이고,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있다. 무슨 법이든 마음만 먹으면 뚝딱 만들어낸다. 이처럼 재집권을 노리는 집권여당을 향한 ‘정권교체’의 길은 험하고도 멀다. 단합해도 버거운데 야권의 분열이야말로 여권에서 쾌재를 부를 일이다. 국힘, 정권교체의 희망 훅 날려버릴 참인가. 지금부터라도 이 대표의 페이스북을 열면 윤 후보에 대한 비난보다 집권여당의 잘못에 대한 포문을 열어야 한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와도 엎드려서라도 합당을 받아내야 한다. 후보들 역시 선의의 경쟁이 필수다. 이 대표는 구연을 끊고, 공정한 룰을 만들고, 정권교체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 선거에 지면 국힘도 이준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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