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民生)은 없다
민생(民生)은 없다
  • 승인 2021.08.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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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씩 거듭해 연장되면서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올해 추석 특수는 이미 글렀다"는 푸념이 원성처럼 떠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같은 큰 업체들이야 일찌감치 비대면 상황에 대비해 언텍트 추석특수를 챙길 준비를 착착 갖추고 있지만, 눈앞에서 손님을 맞아야 그래도 돈을 만지는 작은 가게들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니 국민들은 "'짧고 굵게 끝내자'던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진 상황 속에서 언제까지일지도 모를 영업제한을 '길고 굵게' 겪고 있다"(소상공인연합회 논평)며 비아냥거린다.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 시행이 또 2주 더 연장되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눈물 겹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려야 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정부를 힐난한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거듭되면서 가게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만 상가 점포수가 전국적으로 34만개나 감소했다. 작년 2분기에 256만개였던 점포가 올해 2분기 222만개로 14%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폐업 점포를 철거하기 위해 철거 비용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폐업철거비 지원'신청도 폭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신청은 이미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중 절반이 영세한 음식업 숙박업 같은 곳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집을 잡혀서라도 조그마한 다른 사업이나 해보려 하지만 대출까지 끊겨 버렸다. 주택담보대출이고 신용대출이고 틀어막아 버렸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돈을 융통하기 힘들어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길고 긴 코로나 사태로 연전연패를 한 소상공인들이 무슨 신용이 살아남아 있겠는가. 집이라도 담보로 잡혀 입에 풀칠을 해보려 해도 막막하다. 주식엔 손도 대지 않고 가상화폐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른다. 영끌 투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가난한 백성들은 대출까지 막혀버리니 눈앞이 캄캄하다. 소득은 좀체 늘지 않고, 물가 상승으로 가계지출은 오히려 팍팍 오르면서 지난 2분기 세 집 건너 한 집은 적자 살림을 꾸렸다는 통계 결과까지 나왔다. 저소득층의 적자가구 비율은 코로나 사태 전보다도 더 나빠졌다. 있는 사람은 현금으로 비싼 부동산을 사들이고 더욱 잘사는데, 없는 사람들은 빌붙일 언덕이 갈수록 더 얇아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골짜기는 더 깊어졌다.

'민생'이 내리막길로 거꾸러지고 있는 이 급박한 와중에도 우리나라 정치에 '민생'은 없다. 당권을 잡기 위한 집안싸움과 권력 차지 암투의 내부 총질만 작렬할 뿐이다. '정권교체'를 하든, '정권 수호'를 하든 '우선 국민이 먹고 살 해법이나 내놔라'고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딴 나라에서 전투 중이다. 권력 쟁취를 위한 먹잇감을 잡으려 고단한 백성들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진흙탕 운동장에서 서로 뒹굴며 물고 뜯느라 정신이 없다. '민생 따로 정치 따로, 따로국밥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대권주자 1, 2위는 서로를 겨냥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느라 강성 지지자들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제1야당은 대권주자와 젊은 당대표가 뒤엉켜 다른 곳의 북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 민생에 북소리에 장단을 맞춘 춤사위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국민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표정을 바라는게 아니다. 제대로 된 삶을 향유할 수 있게끔 하는 '비전'이 이들에게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와 야는 물론 대권주자들에게서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집값을 어떻게 잡을건지, 전염병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든든하게 할 것인지, 국방은, 양극화는, 저출산... 청년실업... 이런 난제에 대해 손에 잡히는 해결책을 내놓으려 애쓰는 목소리는 잘 들리질 않는다.

여당은 국정 현안 감도 되지 못할 기본소득을 놓고 주구장창 토론이다. 야당 역시 '비전' 없이 정부 비판에만 모든 열정을 쏟는다. 과거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은 상대방과 상대 진영의 말꼬리 잡기에만 진력을 소비한다. 국정철학은 가뭄이고 정치적 셈법만 횡행한다.

세금으로 대출금지로 국민을 쥐어짜고, 당리당략에 골몰하느라 진짜 민생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 이런 불협화음에 국민들은 진저리가 난다. 사분오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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