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에는 끝이 없다 (知也無涯)
앎에는 끝이 없다 (知也無涯)
  • 승인 2021.08.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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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둘이 살면서도 요즘은 언어 전달이 잘 안 된다. 분명히 전달되리라고 천천히 자세히 설명했는데도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다시 부연 설명하면 언짢아한다. 우선 나이가 들어 신체적으로 듣는 힘도 약해지고, 눈도 침침해지고, 치아의 불편으로 발음도 불분명한 것이 이유일 터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들면서 인지기능이 약해진 탓이리라.

교육대학시절 ‘아동발달’과목에서 사람의 인지 개념화를 배웠다. 첫째, 정보는 다섯 개의 감각기관인 눈, 코, 귀, 입, 피부로 투입된다. 둘째, 투입된 정보는 뇌에 의하여 다양하게 부호화하여 저장하거나 내보낸다. 셋째, 행동으로 나타난다. 뇌에서 다양하게 부호화하여 인지 개념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이들은 그것이 잘 안될 때 혼잣말을 한다.

대체로 혼잣말을 하는 경우는 자기 조절적, 또는 자기 지시적 목적의 언어와 사고가 빗나갔을 때 일어나는 행동이다.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답답해서 속 터질 때 혼잣말이 나온다. 이건 ‘앎(知)’을 위한 방법이다.

『장자』에 설결(齧缺)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중국의 요임금 시대 어진 사람이다. 설결은 사람됨이 총명하고 지혜가 밝으며 민첩하게 일을 잘하였다. 반면 일처리는 오직 사람의 지혜에만 의지하였다. 잘못이 생기는 원인도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한 설결이 스승인 왕예(王倪)에게 “선생님은 어떤 물건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그렇다.’라고 여기는 근거를 아십니까?”라고 여쭈었다. 왕예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선생님은 ‘알지 못한다.’고 하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왕예는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하고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물건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시다는 것입니까?”라고 또 물었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내가 말하는 ‘안다.’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그 어찌 알겠는가? 내가 말하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님을 그 어찌 알겠는가?”라고 대꾸하였다.

그리고 설결에게 “사람이 늪에서 자면 병이 나서 죽게 되는데 늪에 사는 미꾸라지도 그러한가? 사람이 나무 위에 올라가면 몸이 벌벌 떨리는데 나무 위에 사는 원숭이들도 그러한가? 사람, 미꾸라지, 원숭이 중에서 누가 올바르게 몸을 보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하고 되물었다.

설결은 대답대신 멀뚱멀뚱 스승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다시 왕예는 “사람은 짐승을 잡아먹고, 사슴은 부드러운 풀을 먹고,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솔개는 쥐를 좋아한다. 사람, 사슴, 뱀, 솔개 중에서 누가 올바른 맛을 알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인 왕예는 “춘추시대 여장과 여희는 뛰어난 미녀였다. 여장과 여희가 물가에 나타나면 물고기들은 물속 깊이 숨어들었다. 새들도 여장과 여희를 보면 하늘 높이 날아갔다. 고라니와 사슴도 여장과 여희를 보면 후다닥 뛰어 도망갔다. 물고기, 새, 고라니, 사슴 중에서 누가 천하 미녀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가?”라고 읊조렸다.

“내가 보기에 ‘어짊(仁)’과 ‘옳음(義)’은, 바르고 그름에 대한 앎(知)의 방법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나는 그 분별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후세에 사람들이 ‘미녀가 물가에 나타나면 물고기는 부끄러워서 물속에 숨고, 하늘을 날아가던 기러기도 미녀를 보면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떨어졌다.’는 ‘침어낙안(沈魚落雁)’의 고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과연 물고기, 기러기가 바르고 그름의 방법을 알까?

장자는 ‘생야유애(生也有涯) 지야무애(知也无涯)’라고 했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끝이 있다. 그러나 앎에는 끝이 없다.‘는 뜻이다. 앎을 위하는 사람이 있다면 힘듦을 애써 어깨에 짊어져야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바빠서 숙제를 불러 줄 테다. 잘 받아 적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뜸 한 아이가 ‘선생님이 적어 주면 모두가 편할 텐데….’하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차!’하고 뉘우쳤다. 이건 개인차를 고려한 어떠한 방법도 아니다. 교사의 편의적 발상이다.

오늘부터 누구에게든 말로 티격퇴격하다 구시렁거리지(혼잣말) 않아야겠다. ‘앎에는 끝이 없다.’ 쪽지에 적어 전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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