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머리카락에도
찌릿해지는 어떤 이유가 있다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는 한 움큼 모래처럼
아련한 느낌은 눈감고도 되새김질 된다
가윗날에 잘려도 살아 있는 감각
수술대 위에 올리듯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길게 늘어뜨리면
저절로 쭈뼛함이 만져진다
그와 나를 만나게 한 질긴 끈 팽팽하다
뿌리 쪽은 살에 박혀 검고 튼실해 보이나
멀어질수록 바래지고, 갈라지는 세월 앞에
거슬러 오르고 싶은 물살이었나
쓸어내릴수록 스르르 미끄러지다가
끝에서 반대쪽으로 쓸어 올릴 땐
삽날로 퍼 담는 모래처럼
컥컥거리는 뒷걸음질이 내 몸을 부추긴다
슬픔을 데리고 떠내려 온 모래들
백사장은 이제 집 한 채 분량의 은빛 모래가 쌓이고
까마득한 물살의 기억, 정수리가 가렵다
◇이복희= 2010년 문학시대 신인상, 선주문학상, 매일신문사 한글백일장 장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시공간 동인. 영축문학 회원,
<해설>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시를 읽었다. 머리카락이 긴 나는 이렇게 머리카락을 제목을 글을 적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간혹 시 속에 가볍게 스친 것이 다 일 뿐이다. 머리카락의 개수만큼 생각이 많아진다면 시의 접근은 끝이 없을 것이다. 시인의 시적 발상을 보고 머리카락이 길든 짧든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참신한 글감에 한 수 배우며 배독하였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