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김미숙 ‘色 안에서 색 다른 힐링’展
수성아트피아, 김미숙 ‘色 안에서 색 다른 힐링’展
  • 황인옥
  • 승인 2021.09.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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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체를 꽃에 은유한 기존 화풍 변화
셀 수 없이 많은 점 찍어 꽃 형상화
반입체 원형판엔 ‘자연의 색’ 구현
‘2021 포커스 아트페어 런던’ 참여
김미숙작가
김미숙 작가가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 전시된 색을 해체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인 까닭에 생명 존중과 상생의 가치는 더욱 고귀하게 다가왔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여성이 생명의 모태라는 자각은 확고해졌다. 생명의 출발선에 여성을 위치시킨 작가의 인식체계는 불변의 진리와 맞닿아 있다. 여체를 매개로 자신의 우주관이나 세계관을 확장해 가고 있는 김미숙 작가의 작품 세계다. “여성은 생명의 시초이자 생명의 상징이다. 그런 여성을 생명과 존재의 출발선으로 상정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김미숙 개인전에는 작가의 사유체계를 반영한 작품 10여점이 걸렸다. 부드러운 여체(女體)를 꽃으로 은유한 기존의 화풍에 강렬한 색채의 향연이 더해진 신작들이다. 형형색색(形形色色) 어우러진 색채가 주는 아름다움으로 전시장의 기운은 더없이 싱그럽다. 작가는 “색(色)을 통해 자연이 주는 위안을 전하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를 색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유를 설명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전시 제목 또한 ‘색(色) 안에서 색 다른 힐링’으로 정했다.

전시작은 세 종류로 분류된다. 여체를 꽃으로 은유한 기존의 화풍과 형태는 버리고 색만을 해체해 독립시킨 신작, 그리고 여인에서 인류로 확장된 형상 등이 그것이다. 여인의 유려한 몸의 곡선을 활짝 핀 한 송이의 꽃으로 은유한 작품에서는 작업 초기에 작가가 집중했던 ‘자연과 인간의 상생’에 대한 사유가 집약되어 있다. 꽃 속에 한 사람의 여인 대신 서로 몸을 의지하고 서있는 사람들을 무리지어 표현한 또 다른 작품에서는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간절해진 공동체 의식을 반영했다.

색색의 원형판을 붙여 만든 반입체 작품은 색의 해체에 해당된다. 의미를 걷어내고 색에만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녀에게 색은 자연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다. 자연에서 형태는 버리고 색만 가져온 것. 색으로 표현한 자연은 바다나 산으로 여행을 떠나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비록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자연의 색들을 전시장으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고, “자연의 색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연을 대신할 수 있다는 묘수를 찾은 것. “전시장에서 여행을 떠나서 볼 수 있었던 자연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내게 그것은 색채였다.”

꽃을 표현하든, 색의 해체에 집중하든 형상의 출발은 점(點)이다. 수많은 점의 회오리로 꽃을 형상화하거나 원형의 점으로 자연을 해체해 색으로 표현했다. 둘 모두 출발은 점이다. 작가에게 점은 모든 형태의 시작이며, 사람이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조형요소로 인식된다. 이런 인식 아래 점으로부터 시작해 원을 그리듯 둥근 우주로 확장해간다. 점으로부터 출발해 선으로, 그리고 평면, 더 나아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차원인 우주로까지 공간감의 확장을 거듭한 것.

“점으로 구현된 꽃은 자연을 품은 우주이며,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대한 통찰이다.”

수 천 개의 점을 찍어가노라면 어느 순간 번뇌와 망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점을 찍는 미술적인 행위는 자신을 비워내고 내려놓는 영적인 의식으로 변화하고, 작가는 화가 이전에 한 사람의 구도자가 된다. 점 하나 하나에 그녀의 사유가 부표처럼 아로새겨진다. 점은 형상 이전에 그녀 자신이다.

작가는 이러한 태도를 “작품의 중심은 철저하게 나”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나를 어떻게 풀어놓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누구에게 보여 주기보다 나를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작업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경험을 관람객이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

한편, 코로나 19로 해외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작가는 올해 의미있는 해외 전시성과를 도출했다. 프랑스 기반 아트에이전시인 ‘HongLee Company’에 소속되어 ‘2021 포커스 아트페어 런던(FOCUS Art Fair)’에 참여하게 됐다. 이 페어는 미술애호가와 재능 있는 예술가의 만남을 주선하는 가교 역할부터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장(場)의 기능까지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개성 있는 아트페어로 꼽힌다.

런던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 폴드갤러리(Fold Gallery), 피츠로비아갤러리(The Fitzrovia Gallery) 등 런던 소호지구에서 4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아트 페어는 ‘Colour of Life’를 주제로 김근태, 볼프강 스틸러(Wolfgang Stiller), 리 케이(Lee.K), 홈 뉴엔(Hom Nguyen), 아레미(Aremy) 등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31개국 10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김미숙은 사치갤러리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색’ 섹션에 작품을 걸었다.

계명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표현심리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싱가포르 프리미엄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중국, 일본, 뉴욕, 서울 등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내와 국제 아트페어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HongLee Company’와의 인연은 그 연장선이다.

“런던에서 내가 구현한 색체를 보고 동양의 색이라며 찬사를 보내주었다. 나로서는 사치갤러리에 작품이 걸린 것만으로도 큰 영광인데, 프랑스의 모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자는 러브콜도 해왔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으로 색체로 표현한 나의 예술세계가 유럽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전시는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12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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