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K자형 양극화] (1) 가계...저소득층 신음할 때 자산가는 머니게임으로 배 불렸다
[코로나가 만든 K자형 양극화] (1) 가계...저소득층 신음할 때 자산가는 머니게임으로 배 불렸다
  • 곽동훈
  • 승인 2021.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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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發 대출, 경제위기 뇌관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 1천631조
10년전 대비 100% 폭증한 상황
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중
MZ세대 대출 비중 50%나 달해
부실 충격 최소화 대책 마련해야
고용 양극화 현상도 짙어져
업종·규모별 비대칭적 고용 회복
‘코로나 디바이드’가 만든 양극화는 취약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격차가 ‘K’자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고 해 ‘K 양극화’로 불린다. 코로나 장기화로 줄어들지 않는 빈익빈부익부에 좀 더 실효성있는 정부의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인류는 ‘코로나 시대’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힘겹게 걷고 있다. 감염증 확산 여파는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터널이 끝나게 되면 그동안 어둠에 감춰졌던 크고 작은 상흔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며, 그중 가장 아픈상처가 바로 ‘코로나 디바이드(divide)’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본지는 부동산 자산 유무나 투자 성공 유무에 따라 더욱 더 벌어지고 있는 가계 자산 양극화와 함께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린 산업계 양극화를 2편에 걸쳐 각각 조명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디바이드: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

◇코로나19, 빈자(貧者)에 더 가혹했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급격하게 변화시켰지만 특히 자산가들에겐 더 많은 부의 축적을 위한 아주 ‘파격적 기회의 장’이 됐다. 반면 가난한 이들은 주거비 상승과 폐업 그리고 실직의 칼바람과 맞서야 했다.

코로나19는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에게 더 많은 부를 안겨주었다. 이들은 기존 자산을 담보로 맡기거나 높은 신용도를 토대로 넘치는 코로나발 유동성을 ‘머니게임’을 위한 실탄으로 이용했다.

이처럼 시장에 몰린 실탄(현금)은 비교적 안정적 자산으로 치부되는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으로 몰려들었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발(發) 자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됐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국민대차대조표에 의하면 가구당 순자산은 지난 2015년 말 3억8천515만원에서 작년 말엔 5억1천220만원으로 32.9%(1억2천705만원) 증가했다.

이는 이전 5년간 가계 순자산이 3억3천45만원에서 3억8천515만원으로 16.5%(5천470만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5년간 가구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대차대조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62.2%였지만 통계청의 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71.7%였다. 가계의 부동산 자산으로 볼 수 있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동산(건설자산+토지자산) 시가총액은 작년 말 현재 7천791조원으로 2015년의 5천440조원보다 43.2%(2천351조원) 증가했다. 이전 5년간의 증가율 21.8%(974조원)보다 배 이상 높다.

주거용 건물과 주거용건물 부속 토지 시가를 합한 가계의 주택 시가총액 변화를 봐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다.

가계의 주택 시가총액은 작년 말 현재 5천344조원으로 2015년의 3천521조원보다 51.7%(1천823조원)나 늘었다. 이전 5년간의 증가율 25%(706조원)보다 증가율은 배, 증가액은 2.58배에 달한다. 반면 소득 증가는 더뎠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작년 가구당 경상소득은 5천924만원이었고, 지난 2015년은 약 5천197만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가구당 경상소득이 13.9%(727만원) 증가한 셈이다.

◇부동산 급등...젊은 세대는 ‘영끌’에 ‘빚투’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젊은 세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아파트, 주식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벌어들인 소득으로 자산 불려 내집을 마련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1천631조원으로, 2015년보다 43.4%, 10년 전인 2010년 말 대비 무려 100%나 폭증했다. 그나마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는 자산 증가 수혜를 얻었지만, 무주택자나 투자여력 없는 저소득층은 자산을 늘리지 못해 자산 양극화가 고착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20~30대에 아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발 대출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뇌관이 됐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시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MZ세대에 빌려준 가계대출 규모는 올 3월말 기준 259조6천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8%(44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82조8천억원, 신용대출은 76조7천억원이었다. 이는 각각 21%(31조7천억원), 20.2%(12조9천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867조8천억원으로 전년 보다 11.3%(88조1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MZ세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7%에 달했다. 앞서 해당 비중은 2019년 33.7%에서 2020년 45.5%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는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30대의 가계대출의 증가액이 가장 컸다. 30대가 국내 은행에서 받은 가계대출은 지난해 3월 182조2천억원에서 올해 3월 216조원으로 33조8천억원(18.6%) 증가했다.

MZ세대의 대출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올 3월 말 기준 182조8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1%(31조7천억원) 증가했으며 신용대출은 20.2%(12조9천억원) 늘어난 76조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MZ세대의 대출이 급증한 것은 가격이 치솟는 집을 사기 위한 영끌과 함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빚투 열풍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4대(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입자는 4월 말 기준 581만명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앱 사용자 중 MZ 세대의 비중이 60%에 달했다. 김한정 의원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MZ세대가 소위 빚투, 영끌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은 이들의 부채 관리와 부실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어진 코로나, 고용시장 회복세도 꺾어

이처럼 젊은 세대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우리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충격이 자영업자, 30대, 일용근로자 등을 덮치면서 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로 기업 업종별 또는 규모별로 고용환경이 변하면서 올초부터 이어진 고용시장 회복세 역시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세달 연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취업자 수는 2천764만명으로 1년 전보다 54만2천명 늘었지만 연령별로 보면 30대 취업자가 12만2천명 줄며 17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60세 이상(36만1천명)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취업자 수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종별, 규모별 비대칭적 고용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고용 취약계층에 가해진 충격은 뚜렷했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334만 5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8만 6천명 줄어 전월(16만 4천명) 감소폭을 확대했다.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 2명을 넘어서는 사적모임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1만 2천명 감소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 같은 여파에 일용근로자도 같은 기간 17만명 줄며 전월(11만 4천명)대비 감소폭을 크게 확대했다.

이처럼 고용 양극화로 인한 노동수입 감소로 벌이는 나빠졌지만 돈 나갈 일은 더 늘었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42.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P 뛰었다. 이는 가구가 실제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가계수지는 34만1천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61.4%로 4.8p 증가했고, 흑자액은 278만7천원에 달했다.

하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15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7.0% 더 썼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관련 지출이 24만4천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2.0% 늘어난 액수다. 올해 들어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 지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외에 주거·수도·광열(20만5천원·-7.1%), 보건(15만2천원·8.3%), 음식·숙박(12만1천원·3.5%), 교통(11만3천원·42.6%) 등에서 지출이 컸다. 상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43만5천원으로 8.0% 증가했다. 지출 상위 항목은 교통(66만4천원·8.2%), 음식·숙박(58만6천원·2.8%), 식료품·비주류음료(54만원·1.2%) 등이다.

곽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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