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채식급식,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의 채식급식,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승인 2021.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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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저감 등의 이유로 각 시·도 교육청들이 채식급식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2021 SOS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그린 급식 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린 급식 계획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먹거리를 배우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채식 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모든 학교는 한 달에 두 차례 ‘그린 급식의 날’을 지정하고 학생들에게 채식급식을 제공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식급식의 도입 이유를 “건강 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해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 급식은 육식 위주라며 이는 불평등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라고 밝혔다. 덩달아 인천시교육청도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에 월 2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울산시교육청 역시 얼마전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시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의 주체인 학생들의 선택권은 배제되었고 채식급식으로 인한 영양소 부족,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었다.

성인이 자발적으로 비건(vegan: 채소, 과일, 해초 등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음)이 되는 것을 두고서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채식주의는 실이 많다. 영양학도인 필자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탄소 저감의 일환으로 학교급식을 채식급식으로 하자는 이야기를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할 성장기 청소년들은 의무적인 채식 급식으로 인해 영양 불균형을 겪을 수 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두부, 콩고기 등 대체 식품을 사용한다고 했으나, 필수 영양성분 중 비타민 B12 등은 소, 돼지, 닭 등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며 칼슘·철분·아연 또한 채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 학교급식의 구성을 살펴보면 보통 밥, 국, 김치를 제외한 찬류 두 가지인데 하나는 단백질 식품이며 다른 하나는 채소류이다. 이 구성은 학교급식법에 근거한 상차림이다. 학교급식에서 식단을 구성하는 영양소 구성은 학교급식법에 근거하여 1일 영양권장량의 1/3로 정하고 에너지 구성은 당질, 단백질, 지질의 비율이 65%, 15%, 20% 정한다. 주식은 혼합곡 사용을 권장하며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1/3이상으로 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영양학적으로 동물성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은 인체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조성과 더 가까우므로 식물성단백질 보다 양질의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근육과 세포막의 구성성분이고 뼈, 피부, 결체조직 등 기초조직을 형성하므로 신체조직의 성장과 유지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혈액생성, 항체와 면역세포 형성에도 꼭 필요하다.

가장 완전한 단백질 식품은 단백가가 100인 달걀인데 이것 역시 채식급식에서는 금지다. 김치 역시 채식급식에서는 젓갈 때문에 배제되어야 하고 조미료에 소량으로 첨가되는 육가공품 때문에 조미료를 모조리 뺀 조리법으로 바꾸어야 하고 모든 육수도 채수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급식 조리원의 노동은 갑절이 되고 소요 시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성장기에서 요구하는 단백질의 양을 채소로만 채우려면 섭취해야 하는 양이 엄청나다. 그리고 가슴 아프지만 학교가 아니면 고기반찬을 못 먹는 소외계층의 아동들도 있다. 또 철분 역시 동물성식품에는 체내 흡수율이 좋은 헴(Heme)철이 있는 반면에 식물성 식품에 존재하는 철분은 비헴철(Non-heme)로 흡수율이 낮기에 빈혈은 물론 학습능력, 작업능률, 면역저하를 초래한다.

국내 탄소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이기에 채식급식과 관련해서는 축산업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육식 섭취량이 압도적인 유럽·미국과 달리 국내는 균형 잡힌 육류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산업계 또한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 정부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교육 당국이 채식급식을 강요하고, 나아가 육식에 대한 잘못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선에서 근무 중인 영양교사들 또한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이 경쟁적으로 채식급식에 나서고 있는데 교육정책이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 균형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육식을 금지하는 불교조차도 동자승에게는 고기를 먹이고 비건도 임신중에는 고기를 먹는다. 코로나로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면 발주한 식자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급식실 여건부터 교육 당국이 먼저 짚어보았으면 한다. 채식급식을 못해서 침해받는 학생의 인권도 중요한 만큼 최소로 짜여진 인력과 늘 빠듯한 시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인권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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