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사
함정수사
  • 승인 2021.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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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범죄의사)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원래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

경찰이 A 가게에서 불법 게임머니환전 정보를 입수한 후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관 B가 환전을 요구하였으나 A는 환전을 거절하였고, B가 계속하여 환전을 요구하므로 현금으로 환전하여주자 불법 환전을 이유로 체포되었다.
1심은 A는 원래 불법 환전하는 사람이고, 당시 거절도 B를 경찰로 의심하였기 때문이므로 '범의가 없는 사람에게 범의를 유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다. 얼마 전 대법원은 A는 환전을 거절하다가 B의 지속적인 환전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환전한 것으로 결국 본래 환전의 범의가 없는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계략으로 범의를 유발하게 한 것이므로 함정수사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핵심은 ? 당초부터 범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 경찰관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그러한 범죄행위가 없었느냐 이다. A는 당초부터 B에게는 환전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환절 거절 이유가 B가 경찰관이라고 의심되었기 때문인지에 상관없고, 또 B가 지속적으로 환전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A는 환전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당초부터 범의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함정수사라는 것이다. 다만 A가 B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환전한 것은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관이 취객을 상대로 한 이른바 '부축빼기 절도범'을 단속하기 위하여 공원 인도에 쓰러져 있는 취객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마침 피고인이 나타나 취객을 부축하면서 지갑을 뒤지자 현장에서 체포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와 범죄의 예방을 가장 우선적 사명으로 하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을 미끼로 이용하여 범죄수사에 나아가는 것은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가 아니다. 따라서 노상에 쓰러져 있는 시민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범죄 대상으로 노출되도록 방치한 것은 경찰의 직분을 도외시하여 범죄수사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도 '범의가 없는 자에게 범의를 유발시킨 경우'가 아니라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이고 '경찰관의 직무 부적정'은 이와 별개 문제이므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마약 관련 사건에서 AB가 같이 거주하던 중 'A가 甲에게 마약을 주문하고 甲이 승낙한 사실'을 알게 된 B는 이를 경찰에 신고하였고(B는 과거에 마약 정보 제공으로 경찰로부터 포상금을 5회 수령한 사실이 있음), 경찰은 B에게 마약구입 위장 매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마약거래연기를 요청하였고, B는 이러한 내용을 A에게 전달하여 거래를 연기하였다가 이후 마약 거래가 성사되는 현장에서 경찰이 甲을 체포하였다. 체포 전에 경찰이 준비한 마약구입 위장자금이 甲에게 전달되거나 보여준 적은 없었다. 위 사건에서 甲의 마약거래는 경찰관과 관계없는 A부탁으로 시작되었고, 경찰이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범행에 사용될 금전을 실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함정수사가 문제되는 이유는 오로지 범죄수사의 절차적 적법성 확보에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그 절차가 적법하지 못하면 그 결과물이 좋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毒樹毒果이론 : 독이 있는 나무에서는 독이 묻은 과일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함정수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지금 최강욱 의원에 대한 기획 고소 여부가 문제되는 것도 결국 만일 기획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불법인가 또는 정치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가 여부이다. 검사가 고소장을 작성하여 야당에게 전달되도록 하였더라도 검사의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하였다면 검사도 정치적인 자유 및 소신에 따라 행동할 수 있으므로 불법이 될 수 없어 결국은 정치적인 책임 및 논란으로 귀결되고 그 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이 不意打 또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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