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의료 정책의 허와 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의료 정책의 허와 실
  • 승인 2021.09.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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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효성병원 소아청소년과·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최근 '공공의료'가 회자 되고 있다. 얼마 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공공병원 신설, 국립공공의료대학원과 국·공립의과대학 설립, 지역의사제 및 공공임상교수제 즉각 도입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와 공공병원·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했다. 평소 재정 적자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소외되었던 공공의료가 공론화된 것이다. 그런데 언급된 정책을 보면 이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선 공공병원 설립은 혈세 낭비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서 보듯이 만성 적자 등의 이유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부족해 기존 공공병원들이 지역사회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 수를 늘리는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국·공립의과대학 설립문제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 특정과나 지역 의사 부족은 전체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니라 분포의 불균형이 원인이다. 이는 의료뿐만 아니라 인구 쏠림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설립 후 27년 만에 폐교된 서남의대 경우를 보아도 무리한 의대 증설은 지역발전(?)이라는 정치적 이득 외엔 얻는 것이 없으며, 부실의대 양산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 피해만 늘어나게 한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경우 현 의료체계에서(민간의료가 90%)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별도로 양성하는 정책인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실제로 2005년 정부가 강행한 의학전문대학원제도는 타학부 졸업 후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와 기피 분야나 기초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인기과를 선호하거나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 또한 민간의료와 공공의료를 이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다양한 갈등 관계를 유발해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역의사제도는 개인 자유의지에 의한 전문과 선택을 국가가 강제하는 점과 의대 졸업 후 수련의 과정은 병원 몫인데 이를 정부가 개입하는 점, 그리고 일정 기간 근무 후 다시 도시로 몰릴 경우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등 많은 문제가 있어 그 실효성이 적다. 그리고 공공임상교수제도는 교수 선발 및 지방의료원 파견 시 부대비용(가족 거주 등)과 지방의료원 시설·장비 확충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대한 재원 문제도 있다.
이런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가 공공의료를 대체하는 현실에서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위에 언급된 모든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위기 상황 해결 후 그들 역할은 줄 것이고, 또다시 많은 혈세를 들여 인력 및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공공병원들은 재정난 해결을 위해 설립 목적(지역 응급의료제공, 의료취약지 필수 진료과 운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 구축, 감염병에 긴밀한 대응과 함께 지역 특화된 공공의료 제공)과는 달리 민간의료와 경쟁하며 지역의료계를 교란할 것이 자명하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는 이전 신종감염병(메르스 등) 때에도 논의되었다가 관심에서 사라졌던 '공공의료'를 많이 언급한다. 그러나 공공의료 시스템을 새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현재 민간의료가 공공의료를 대체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서 민간의 적극적 참여로 인해 사태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혈세를 낭비하고 의료계를 무너뜨릴 새로운 공공의료 정책에 재정을 쓰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오히려 민간의료에 대한 행정·재정지원을 지금보다 확대해 신종감염병 대응 시 민간의료 주체들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기존 공공병원의 인력 및 시설에 재정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까지 여러 위정자들이 국민을 위한다며 수많은 의료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2000년 의약분업을 필두로 지금 정부가 시작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도 의료계 고언(苦言)을 무시한 채 진행해 이미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 의료가 국민건강에 직결되고,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분야인 만큼 의료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위정자의 치적 쌓기가 아닌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되도록 긴 안목과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부디 위정자들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공공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외면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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