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제2의 ‘병풍사건’ 재현되나?
‘고발 사주’ 의혹, 제2의 ‘병풍사건’ 재현되나?
  • 승인 2021.09.14 2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야권국민지지 1위인 윤석열 후보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이 별안간 인터넷매체를 탔다. 덩달아 언론의 집중 보도와 여·야 협공에 이어 공수처의 전격적인 수사가 착수되었다. 그런데 공수처의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사건은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미래통합당(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뉴스버스’의 보도에서 비롯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발 사주의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채비이고, 김웅 의원 역시 “고발장을 받은 것과 이것을 당에 제출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당사자인 윤 후보도 “고발을 사주하지 않았고, 여권의 정치공작이다”고 펄쩍 뛴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실체가 없다. 그런데 마치 ‘고발 사주’가 있었던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성숙된 민주사회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여권의 공세보다 이때다 싶어 같은 당의 홍준표, 유승민 후보까지 거세게 헐뜯는 것은 꼴불견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숨어 있던 이 사건의 제보자(조성은)가 나타났다. 조 제보자는 이 사건을 제보하기 전·후쯤 국정원장인 박지원과 호텔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고 한다. 국사 다망한 ‘정치9단’ 박 원장이 이 미묘한 시기에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 더구나 조 제보자는 윤 후보를 비난해 왔던 사람이다. 여러 가지 정황이 야당이 말하는 ‘정치공작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고발 사주’의 시점이 작년 4월 3일이라면 이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식물검찰총장”이 된 후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작년 1월 검찰인사에서 총장의 보좌기관인 대검 부장들을 자기 사람으로 전원 교체했던 터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런 중요한 범죄를 손 검사를 통해 야당에 사주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애썼던 기억이 또렷한데도 과연 이런 비리를 가만두었겠는가? 더구나 서슬퍼런 조국, 추미애, 박범계 내리 3명의 법무부장관이 ‘청와대관련 수사 검사의 전원 인사조치’, ‘법무부장관의 빈번한 수사지휘’, ‘현직 검찰총장 징계’ 등으로 검찰권을 형해화했던 시기였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때 ‘병풍사건(이회창 후보의 자녀 허위 병역비리 폭로사건)’을 떠올린다. 20년 만에 다시 소환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때와 현 상황이 매우 유사해서다. 이회창, 윤석열 후보 모두 대선 국민지지 1, 2위를 다투었다는 점이나, 사건 점화 역시 오마이뉴스, 뉴스버스와 같은 인터넷매체인 점도 같다. 병풍사건은 김대업 전 부사관이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에 관한 위조 녹음테이프를 들고나와 허위 주장을 했고, 지상파 3사의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 측에서도 이 문제를 집요하게 부각시켰다. 전말을 모르는 국민을 병역면탈이 사실인 것처럼 인식할 수 있도록 계획한 불법 정치공작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이회창 후보가 낙선하였다면 민의를 도적질한 중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대업 부사관은 명예훼손과 무고 등으로 1년 10월의 실형을 받았을 뿐이고, 의혹을 제기한 설훈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리고 김대업의 주장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일요시사 등에는 1억원 배상 판결로 그쳤다.

이제 이런 식의 정치공작이 발붙일 공간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 옛 선현들은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묶지 말라’고 당부했다. 공수처는 티끌만큼이라도 의심을 받는 것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선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증거도 없이 야권 유력 대선 후보에게 ‘피의자 입건’이라는 발표는 부적절하다. 고발 사주 작성자, 이 문건을 넘겨받은 자부터 조사한 후 윤 후보가 지시한 증거가 있으면 그때 가서 입건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런 절차를 뛰어넘은 윤 후보의 입건은 자칫 장기간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선거에 불리하게 할 수 있다. 공수처는 정권의 홍위병이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처럼 무섭게 비쳐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차제에 언론이 주시하고 있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의 ‘고발 사주’ 제보 전·후의 만남에 대한 조사도 함께해서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기 바란다.

대선 정치공작의 폐해는 엄청나다. 그러기에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윤 후보를 향한 여·야의 십자포화를 멈추어야 한다. 국힘은 윤 후보가 입당하지 않았을 때 대선지지율 5%를 넘는 인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국힘, 정녕 내홍 때문에 정권교체를 물 건너가게 할 것인가. 사면초가에 빠진 윤 후보. 정의는 불의를 압도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